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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밖으로 밀린 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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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밖으로 밀린 논문표절
  • 김민수
  • 승인 2006.09.05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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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밖으로 밀린 논문표절

전숙자
/도서출판 이랑과이삭 대표
  
 김부총리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었던 표절 시비는 부총리의 사퇴와 함께 이즘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문제의 핵심인 대학교수 사회의 기형적인 학문연구 풍토에도 세인의 관심이 멀어졌다. 마치 부총리의 사퇴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이런 일이 과연 김부총리만의 문제일지 한 번 더 생각하게도 된다. 

 표절보다 특히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자기표절이라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비슷한 주제 논문을 약간씩 변형해 관련 학회에 중복 게재하는 행위다. 같은 이론 틀을 가지고 조사 대상만 달리한 연구들, 이른바 논문 쪼개기 행태도 종종 발견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논문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고 논문을 재탕하는가 하면 삼탕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전 것을 그대로 베끼기까지 한다는 지적은 실로 놀라웠다. 이들 관행이 특히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더 만연되고 있다는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제자 논문에 이름을 끼워넣는 것이 관행이라는 데야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이들 표절 행위는 적발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판정기준도 분명치 않아 의혹만 제기될 뿐 최종적으로 유야무야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임승차 논문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무임승차 논문은 지도교수와 박사과정 학생 사이에서 흔히 발견된다고 한다. 특히 국내 공동 연구의 제1저자인 경우 무임 승차자가 적지 않으며 교내 학술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에는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표절이란 모방이라는 말과도 통할 것 같다. 남의 것을 모방했다는 뜻일 테니까. 예술계에도 모방은 많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모방을 하면서 자기 것을 가미해 창조로 이끈다는 뜻도 될 것이다. 남의 작품을 모방한 것에 자기것이 가미되는 경우 모방을 했지만 본인의 작품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세잔느가 자연을 원과 세모, 혹은 네모꼴로 분해해 처음 화면에 표현했다. 뒤에 나온 피카소가 이 원리를 자신의 작품에 인용해 인물 등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했지만 아무도 이걸 모방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남의 것에 자기것이 어느 만큼 들어간 것은 표절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에서도 순전한 모작의 경우, 위작 시비가 일어난다. 모작의 경우, 그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바로 얼마 전에도 미술시장에서 이중섭 화백 등의 위작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창조라는 어원을 새삼 생각해 보면, 영원에서 한 조각 베어냈다는 뜻이다. 창조라는 말이 언뜻 우리가 무얼 새롭게 만든다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기실 자연의 모방인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간에게 진정한 의미의 창조란 아예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이야 어쨌건 교수들은 지적 공직자이다. 남의 것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자기것이 없는 채 전적인 표절이거나 공동저자로 이름만을 올리는 일 등은 마땅히 배제돼야 할 것이다. 그건 각자 개인의 학자적 양심의 문제일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수들의 논문 업적에 대한 평가 방식의 재검토는 물론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측면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의 총체적인 자정 노력과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논문 중복 게재나 표절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교수 개인의 문제보다 학문공동체의 청결성 유지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한다고 한다. 표절 교수에게는 교수직 박탈이라는 대학 차원의 징계에다, 몇 년 뒤 재기해도 학술지들이 새 논문을 실어주지 않는 간접적 징벌이 가해진다고 한다.

 표절행위 이상으로 대학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임승차식 논문게재 관행, 논문 쪼개기, 논문 수 만능주의 등이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 특히 논문과 연계돼 연구비를 지원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교수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상벌 체계와 아울러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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