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인복지에 대한 우리나라 복지는 양적으로는 잘 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질적 차원에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맞은편에 노인 장기요양병원이 있다. 집에서 돌보기 힘든 장기 노인 환자분들이나 치매에 걸린 분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집에 돌아가는 밤길에 그 건물에 불이 켜진 것을 보면 여러 가지 마음이 밀려온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병이 깊고 길어지면 돌보는데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런 식으로 장기 요양보험에 따로 모시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해 볼일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가정을 이루며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다가 늙고 병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 사회가 노인복지라는 이유로 자꾸 노인들을 따로 격리시키는 것은 아닌가 생각 해봐야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보고 그 아이를 키워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처럼 늙어가는 것도 자연스럽고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노인복지 시설들이 산속 같은 곳에 따로 떨어져 있고 자녀들이 그 부모를 찾아오려면 맘먹고 차타고 오래 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노인들을 격리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노인들이 따로 격리되고, 커나가는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노인들을 싫어하고 기피하게 된다. 사람은 자꾸 얼굴을 보고 부대 껴야 정이 쌓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노인장기요양병원이나 산속 같은 곳에 뚝 떨어져 있는 노인복지시설들을 볼 때 마다 우리 사회가 늙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늙어가는 것이 힘든 것은 다른 것보다 몸은 늙어도 마음이 늙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젊은이들에게 즐겁고 좋은 것이 노인에게도 즐겁고 좋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활보하며 걷는 그 거리를 노인들도 걷고 싶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장소를 노인들도 같이 즐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꾸 노인시설들을 외따로 만들어 노인들을 격리시키지 말고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구조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노인들을 자주 접하면 노인들을 보는 시선과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지금처럼 아동 복지와 노인복지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통합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옛날 손주들과 한방을 쓰며 도란도란 지내면서 사람 살았던 온기에 노년이 외로울 틈이 없던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질적 결핍 속에서도 지금보다는 행복한 노인네들이었다고 본다.
노인 복지가 실버타운이나 노인전문요양병원을 육성하는 것으로, 독거노인을 찾아다니며 돌봄 서비스로 가는 것에 대해 생각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늙었다는 이유로, 복지라는 명분으로 우리가 그들을 격리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노인들에게 유치원 보육교사의 일자리를 주거나 어린이 전용 도서관의 사서 일자리를 주는 등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연계되는, 즉 노인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노인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노인 복지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고 많이 노출될수록 그들이 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 않고 장애 성을 공존해야하는 자연성으로 받아들여 차별성이 완화된다고 본다.
복지가 이미 파괴된 공동체를 복원하지는 못하더라도 공동체의 통합적 속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