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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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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디로 갔을까
  • 전민일보
  • 승인 2009.09.2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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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귀중한 세계문화유산을 남겨놓은 채……. 그들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 일행은 우선 고인돌박물관을 찾았다. 1층에 전시된 고인돌사진과 2층에 마련된 전시관을 돌며 자세한 해설을 들었다. 그 당시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둘러보았다.
 박물관을 나와 700m쯤 걸어 상갑리에 자리한 고인돌유적지를 답사했다. 얼핏 보기엔 커다란 돌이 옆으로 누워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이 돌들이 세계문화유산이라니……. 형태가 다양하고 집중 분포되어 있는 것이 고창고인돌의 특징이란다. 도로 바로 옆 야트막한 산 아래에 고인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곳엔 128기의 고인돌이 있다며 산 정상이 바로 고인돌 채석장이었다고 한다.
 3천 년 전의 사람들은 거대한 암석을 어떻게 잘랐을까? 그들은 돌에 잘 잘라지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먼저 돌에 구멍을 판 뒤 그 구멍에 마른 나무를 박고, 계속 물을 부으면 나무가 불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잘린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좀 더 발전하여 이번에는 돌에 쐐기를 박고 내리쳤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쐐기의 원리를 안 것이 아닐까. 돌을 다루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채석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이렇게 자른 돌을 어떻게 옮겨서 고인돌을 만들었을까? 돌을 굵은 끈으로 묶고 통나무를 잘라 구름마차를 이용하여 “영차, 영차” 소리에 맞추어 밀고 당기며 운반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두 개의 받침돌 사이에 흙을 쌓은 뒤 그 위에 덮개돌을 끌어올리지 않았을까. 그런 다음 흙을 파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큰 돌을 움직이는데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이 근처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넓은 평야와 하천 부근에 큰 마을을 이루어 살았을 것이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왜 힘겹게 거대한 돌을 이용해서 고인돌을 만들었을까? 그들은 돌이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으로 돌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던 게 아닐까 싶다. 한편 그들은 시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죽은 사람이 다시 활동할 수 없도록 시체를 매장한 뒤 큰 돌로 덮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고인돌을 축조한 시기는 청동기시대인 기원전 4~5세기로 추정한다. 고인돌은 대부분 혈연집단의 무덤이지만 혈연집단의 무덤을 상징하는 묘표석(墓標石), 종족이나 집단의 모임장소나 의식을 행하는 제단으로 보고 있다.
 3천 년 전에 살았던 그들이 대를 이어 오면서 이곳 고창에서 고대국가를 형성했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됐을까? 고창이 한반도의 중심지가 됐으리라.  고조선도 북쪽이 아닌 이곳에서 세워지지 않았을까.
 나는 고인돌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정서와 문화를 생각해 보았다. 그 사회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발전된 사회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빈부격차, 환경오염, 입시, 취직, 육아, 노후걱정은 물론 부정부패, 비리, 권력남용 등이 없는 삶이 아니었을까.  고인돌을 만난다는 것은 단지 돌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만나는 것이다. 3천 년 전에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결정체인 고인돌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청동기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세계유산을 남겼는데.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후대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김상권 /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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