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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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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는 삶
  • 전민일보
  • 승인 2009.09.1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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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밀림의 왕자인 사자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평소에 사자는 천하에 자기를 이길 자가 없다고 교만했다. 때마침 모기 한 마리가 사자와 싸워 보기로 결심하고 사자의 코와 눈언저리를 인정사정없이 물었다. 깜짝 놀란 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모기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결국 지쳐서 쓰러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또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산에 사는 작은 토끼들은 호랑이만 보면 겁을 먹는다. 하루는 작은 토끼 몇 마리가 모여서 호랑이를 혼내주자고 의논했다. 그래서 호랑이가 잘 다니는 길목에 함정을 파두고 호랑이를 유인했다. 산토끼를 향해 뛰던 호랑이가 함정에 빠져 곤욕을 치룬 이야기이다.
이런 이솝 우화가 우리에게 잘 익혀지고 매우 친숙한 까닭은 약하고 작은 짐승이 강하고 큰 짐승을 혼내주는 장면에서 성취감과 대리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옛적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민화에도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가 많다. 홍길동전이나, 놀부와 흥부전의 이야기가 이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러한 이솝우화나 민화는 약자가 강자와 대결하여 이겼다는데 공감을 갖게 되며 대리 만족감을 줄 뿐 만아니라 약자가 강자와 대결하며 약자가 통쾌하게 이김으로서 강자에 대한 대항 논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자와 모기, 호랑이와 토끼, 놀부와 흥부,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하자, 큰자와 작은자가 싸워서 약자가 통쾌하게 이기는 사상은 있지만 서로 화해케 하는 중보적 역할이 없다는 것이 흠인 것이다.
즉 대결은 있지만 화해가 없는 것이 민화와 이솝우화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대결과 싸움은 있지만 화해의 역할이 없기 때문에 매사에 투쟁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서로 화해보다는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자와 낮은자, 강한자와 약한자, 부자와 가난한자, 권력 있는자와 없는자, 기업주와 노동자와의 관계가 주관적인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다. 윗사람은 자기 체제 수호를 위해 싸우고, 아랫사람은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게 된다. 시장상인에서 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이 대결양상으로 점철되는 현상이다.
대결은 상대를 정죄하고, 미워하며, 비판하고, 배척하게 된다.
상대의 약점을 잡아내어 쓰러뜨리고자 한다.
대결보다는 화해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나쁜 화해가 좋은 소송보다 앞선다"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
화해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화해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것이며, 내가 먼저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화해는 결코 정죄하지 않으며, 비방하지도 않으며, 사상과 견해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마음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화해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서로의 차이를 대화로서 좁혀가면서 온유와 겸손으로서 이해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해하는 삶은 이웃이 누구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행동함으로써 내가 이웃이 되어 주는 것이며, 남의 약점을 꼬집어 헐뜯는 것이 아니라 덮어주고, 감싸주고, 믿어주고 사랑으로서 손잡아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화해하는 삶은 남을 내게 맞추려고 하는 것보다 나를 모두에게 맞추는 것이며 섬김을 받으려 하기보다 섬기는 것이다.
화해하는 삶은 칭찬과 격려로서 절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며 비평과 비난을 기억하지 않고 관용의 마음으로 손을 잡고 함께 사는 삶인 것이다.
화해하는 삶은 거울 같은 상호성을 인정하는 삶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는 다 각기 취약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필요한 것이다.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서로 보아주는 거울이며 더불어 살아가면서 함께 보조를 맞추기 위한 거울이다.
서로의 거울이 되어 줄 때 화해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화해하는 삶은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의 최상의 가치이다.
화해하는 삶은 대결과 갈등을 치료하는 양약이며, 삶에 용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다.
다툼과 분열, 긴장과 갈등, 대결과 쟁투가 일상화되고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효율적인 처방 제는 화해하는 삶이다.
화해하는 삶이 아름답다.

전주현암교회 담임목사 최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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