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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총리의 밑창 떨어진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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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총리의 밑창 떨어진 운동화
  • 윤가빈
  • 승인 2006.08.0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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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총리의 밑창 떨어진 운동화

전숙자
/이랑과이삭 대표

 지방 시찰을 하고 있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낡은 운동화 한 켤레로 지방 시찰을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허난성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허는 이 사연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허난일보는 헌 신발을 소재로 전국을 원 총리와 하난성으로 돌아다닌 이 신발에, 원 총리의 중국 인민에 대한 사랑과 마음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원 총리는 이 신발을 신고 쉬광춘 허난성 서기 등과 함께 뤄양 일대를 돌았다. 점심 도중에 원 총리의 비서가 한 관계자에게 총리의 운동화를 들고 와 “신발창이 또 떨어졌네. 한 번 수선해 주시겠어요?” 부탁했다는 것이다. 원 총리는 수년 전에도 하난성에 와 같은 신발을 수선한 일이 있었다.

 발에 신는 신발은 우선 발을 보호해주기 위함이겠지만 더러는 그에 깊은 의미가 담기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신화 속에서의 신발은 신표의 의미를 지닌다. 소지한 자의 신분을 증명하는 표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는 신전 기둥 밑에 아버지가 남겨둔 신표인 가죽신을 찾은 후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그리고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 신발을 보고 아들임을 확인한다.
 우리나라 동화 속에도 신발과 관련한 이야기는 많다. 신데렐라는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 짝 때문에 남편을 만나게 되고, 동화 속의 콩쥐 역시 잃어버렸던 신발을 찾으면서 사랑을 만나고 행복하게 된다.

 이력서(履歷書)는 그 한자를 음미해 보면 신발을 끌고 온 역사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이 신발을 신고 지나온 역사를 한 장의 종이에 기록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력서가 한 사람의 인생을 간략하게 정리해 한두 장의 종이에 기록한 것인데, 그것이 한 사람이 신발을 신고 지나온 역정을 의미한다고 비유한 것은 참 기발하다. 

 곧 신발은 그 주인의 역사이자 독특한 자아를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 총리의 운동화는 인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그 자신의 이력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신발을 신는 것은 출발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어딘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그런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반대로 신발을 벗는 것은 이제까지의 삶을 끝낸다는 의미일 때가 있다. 출애굽기에는 하나님이 떨기나무에 불의 형상으로 나타나 모세에게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신발을 벗으라” 명령하는 대목이 나온다. 모세의 신발을 벗길 때, 이제까지 그가 자기 방법으로 걸어왔던 삶을 끝내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모세의 입장에선 당시까지의 자기를 벗어버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아들은 아버지가 신겨주는 신발을 신음으로써, 그때까지 탕자의 삶이 끝나고 신분이 상승한다. 특히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꿈에서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심지어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면 반려자를 잃게 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신발을 매개로 하는 신들과 영웅,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나 이야기들이 퍽 매혹적일 때가 있다. 원자바오 총리와 떨어진 운동화 이야기 같은 것도 그런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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