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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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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은 무엇인가
  • 전민일보
  • 승인 2023.05.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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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에 나오는 내용이다. 공자(孔子)가 “나는 아직 강한 자를 보지 못하였다(吾未見强者)”고 하자, 어떤 사람이 신장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공자가 “그가 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의 욕(慾) 때문이니, 어찌 강한 자가 될 수 있겠는가”하였는데, 사씨(謝氏)의 주(註)에, “외물(外物)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만물의 위에 자신의 뜻을 펼칠 수가 있는 것이다(能勝物之謂强故常伸於萬物之上)”

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공자가 생각하는 바는 ‘외물을 이길 수 있는 힘’ 그 너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욕(慾)의 문제다. 그런데 ‘만물의 위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것’에서 욕망을 제거한 실체가 강함이라는 공자의 인식은 존재보다는 당위를 우선시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현실 인식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중국이 자신들을 강자로 인정해줄 것을 주변국에 시위하고 있다. 중국몽(中國夢)은 이른바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념화한 것이고 대외적으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세계정책이 일대일로(一帶一路)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변국들을 향한 고압적 외교정책이 전랑외교(戰狼外交)다.

중국몽이 게르만 우월주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 생각해봐야 할 당사자는 바로 중국인이다. 일대일로가 그들의 선전과는 다르게 해당국을 경제적으로 침탈하고 족쇄를 채우는 제국주의 정책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답할 의무가 있다.

중국인이 지구를 구원한다는 메시아적 사명감을 가지고 군림하려는 전랑외교를 정당화 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규범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중국인은 답해야 한다.

영원한 우방은 없고 불멸의 국익만 존재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관계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구성원인 사람 사이의 문제는 그것을 초월한 규범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문제는 단순히 국가의 패권추구에 있지 않다. 우려되는 것은 습근평(習近平)의 종신집권이 아니라 중국인의 민족주의에 있다. 중국인이 보여주고 있는 애국심의 과잉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중국이 강자가 될 수 없는 근본적 장애 요인이다.

민족주의가 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약자일 때이다. 블라디보스톡 독수리 전망대에서 오성홍기를 흔들며 고토회복을 목 놓아 외치는 중국인을 보면서 나는 중국이 여전히 약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강자와 약자의 애국심은 발현 양상이 달라야 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진 국가다. 그들이 좀 더 겸손하고 타국을 존중할 수 있다면 지구상의 다른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이 강자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를 향한 말이기도 하다. 오래 전 영어 강사 한 분이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미국인의 애국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하다. 그런데 유치원이나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애국심보다는 세계인으로서의 소양을 먼저 가르친다”인상 깊은 말이었다.

아울러 되돌아보기 민망한 내 흑역사를 소환한다. 고 3때인 1985년 항공사고가 있었다. 일본항공 123편이 추락해 520명이 사망한 비극이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민족을 핍박하고 반성하지 않으며 교과서를 왜곡하고 독도를 자신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인들 죽음이 무슨 대수인가?’ 돌아보면 참으로 섬찟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당시 희생된 분들은 물론 일본 국민들께도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다. 어린이에게 역사와 세계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단순한 교육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나에 한해 한정해서 말하자면 애국심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간으로서의 소양을 잃은 애국심은 그 자체가 흉기이자 야만이 된다.

한국에 대해 협박과 공갈을 일삼는 중국이 한국인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나는 중국인을 미워하지 않는다. 더 이상 일본인을 미워하지 않듯이.

죽창가를 부르던 586세대에겐 나름의 당위가 존재했다. ‘약자의 민족주의는 선’이라는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다르다. 일본과 중국에 대해 쿨한 MZ세대야 말로 진정한 강자다.

장상록 칼럼리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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