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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과 어머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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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과 어머님 마음
  • 전민일보
  • 승인 2023.05.1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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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서로의 향기를 뽐내느라 온 세상이 꽃내음으로 가득한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뒷산의 산자락을 흘러내리는 우리 집 옆의 개울물 소리에 묻히기라도 하듯 뒤안길에서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님의 모습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엄마! 울지마”라고 눈짓이라도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에 가슴을 치는 일이 많답니다. 엄마! 얼마나 서글프셨을까요?

칠남매 중의 막내딸이 뛰고 달려야 할 때까지, 말을 못 하고 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시고선 그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 속에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님! 어머님의 가슴에서 눈물을 빼앗고 우리들의 건강하고 해맑은 미소를 담아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어머님의 가없는 아픔을 건드려야만 했던 제마음을 어머님은 이해하셨는지요?

어머님! 주위의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농인들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속에 뜨겁게 용솟음쳐 오르는 소망들이 와르르 무너짐을 느끼면서도 대지를 온통 적실만큼의 어머님 눈물 앞에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아픔을 억누르며 속울음을 울어야만 했습니다.

세상 그 누가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에 묶여서 이 엄청난 아픔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아가려는 우리들에게 왜 이리도 가로막는 장벽은 많기만 한 겁니까?

따뜻함과 격려의 채찍으로 사회에 참여시키고, 주어진 생활 속에서 작은 보람을 읽을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될 사람을 편견과 몰이해로 우리들의 아픔을 더욱 가중시키는 주위의 사람들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선진외국에는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마을이라면, 마을 사람 전체가 수어를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주위는 그만두고라도 낳아서 기른 자녀가 말을 못하고 듣지 못하는 데도 그냥 체념해 버리시고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함 속에 정작 우리들의 무서움은 주위 사람들이 아닌 가정에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요?

말 못하고 듣지 못한다 하여 불쌍하다고 눈물만 보이지 말아 주시고, 진정 우리들을 위하여 참으로 값진 시간을 투자하여 달라고 그렇게 목메어 간청했던 것입니다.

통역사 없이 가족들과 함께 끝없는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도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과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들은 생의 가장 커다란 소외감을 느끼며 슬퍼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머님과의 대화가 단절되었는데 그 어느 누가 우리들을 보살필 것이며, 그 어느 곳에서 우리들의 꿈을 키울 수 있겠습니까?

어머님과 가족 구성원 모두와의 의사소통의 길을 열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의 둘도 없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어머님의 체념과 불쌍하다는 눈물 앞에 우리들의 아픈 마음은 더욱 가중되어 참으로 값있고 참된 인간의 길을 잃어버릴까 많이 염려도 됩니다.

하지만 언제 찾아도 포근한 가슴이고, 언제 불러도 따뜻한 눈빛으로 이끌어주시는 어머님이시기에 우리들도 진정으로 와 닿는 어머님과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자 원하며, 다시한번 더 간곡히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세상사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생활의 연속입니다.

병원이나 관공서, 은행 창구 등을 자유스럽게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옆집과의 의사소통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주문할 때도 내가 먹고 싶은 것 하나 마음대로 시킬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직접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농인 친구들을 이제는 스마트폰이 생겨 영상전화로 대화할 수 있고, 음식 주문을 어플을 통해서나 영상전화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요청을 하게 되면 수어통역사들이 밤낮 구분없이 도움을 주기도 하여 이제는 많이 나아진 현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이 되겠지요? 그럴려면 이 가정의 달에 농인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손끝에 수어의 예쁜 꽃이 피어야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이제는 소리 없는 침묵의 손짓으로 우리들을 불러 주십시오. 보다 더 진지하고 보다 더 포근한 사랑을 당신의 손끝으로 전달하여 주십시오.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라는 공동체임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우리들을 이해해주며 우리들에 대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소통할 수 있도록 어머님 도와주십시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복이 수어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가정의 달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 이름을 빌어 마음 속 얘기를 써봤습니다.

이젠 이곳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최현숙 수어통역사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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