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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는 클래식 선율…함께 '희망'을 연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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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는 클래식 선율…함께 '희망'을 연주해요
  • 홍민희 기자
  • 승인 2023.05.1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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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휩쓸고간 지난 3년은 모두에게 씁쓸한 기억만 안겨줬다.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까지 모두가 소멸, 죽음, 해체를 외치던 때를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그 반대편에서 희망과 웃음, 감동을 노래해 온 단체가 있다.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문화도 고사상태에 이르던 그 시기, 사회의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무료로 클래식 공연을 펼쳐온 이들이 있다.

수도권에서도 아직 정착되지 못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전북을 중심으로 이어오고 있는 비영리단체 '예우'가 그 주인공이다. /편집자주

비영리단체 예우(藝友)는 '예술하는 벗들'이란 뜻을 담아 지난 2020년 창단됐다. 그렇다. 코로나19가 가장 기승을 부리며 모든 사람들의 사이를 갈라오는 그 시기에 말이다. 

예술인들은 이 시기를 '암울한' 시대로 기억하겠지만 예우를 창단한 최예지 대표는 조금 다르게 시대를 관망했다.

오히려 위기 속에서 이색적이고 도전적인 공연을 시도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인의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최 대표를 비롯한 50명의 단원들은 모두 학사 이상의 수준을 가진 음악 전공자들로 클래식 공연을 꾸리기엔 부족함이 없는 재원들이다.

클래식 공연이 가진 편견 중 하나가 딱딱하고 재미없고 엄숙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들은 일반적인 연주자 그룹보다는 보다 느슨하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을 기꺼이 공연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공연 스타일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공연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발달장애인들을 선택했다.

신체장애인에 비해 여러모로 편견의 그늘에서 제대로 된 예술 경험을 하지 못했던 발달장애인에 대한 고찰이 이같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계기라는 것.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접근성을 끌어올린 공연의 한 형태인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공연문화의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단계였지만, 국내의 배리어프리 문화예술 공연 대부분은 지체·시각·청각 등 신체적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상황이다.

이같은 현실은 국내 장애인 비율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최 대표는 통계 이면에 가려진 발달장애인에 주목했다.

20년 전 약 12만여명이던 발달장애인의 수는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2배가 넘는 26만명으로 늘었지만 이들이 처한 환경은 신체장애인 보다 더욱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물리적 여건만 갖춰진다면 혼자서도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는 신체장애인들과는 달리, 발달장애인은 보호자인 가족 없이는 공연을 보러가는 일 자체가 불가능 해요. 이는 발달장애인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까지 약 100만여명이 공연 문화의 혜택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한거죠."

그래서 예우는 가장 먼저 파격(破格)한 원칙이 '공연 내 정숙'이다.

예우의 공연을 찾는다면 다른 클래식 공연에선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을 함께 목격하게 된다.

이곳의 관객들은 악기 소리에 크게 놀라도 된다. 바이올린 선율이 흥겹다면 같이 몸을 흔들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무대 위에 난입(?)하더라도 우락부락한 경호원들이 억세게 막지 않는다. 오히려 단원들이 자리 한켠을 내어주기도 한다. 

공연의 형식 뿐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발달장애인을 향한 배려가 돋보이게 구성했다. 익숙한 곡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술과 율동을 곁들여 공연 속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여타 클래식 공연에선 절대 시도되지 않을 영상과의 접목도 이곳에선 만날 수 있다.

관객의 반응은 공연자들의 노력에 비례했다. 클래식 공연장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이었던 발달장애인들은 공연 내내 아무런 제재 없이 충분히 음악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단다.

'시끌벅적한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또다른 문화형태를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파격에 파격을 더한 시도가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그 중에서도 문화와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태동했다는 점은 기쁘기까지 하다.

배리어프리 공연 자체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완전히 스며들지 못한 지금도 대부분의 배리어프리 공연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의 공연 단체와 시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꾸려져있기 때문인데, 현실을 살펴보면 전체 장애인의 60%가 비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점은 공연 인프라와 수혜자간의 괴리가 있다는 점을 뜻한다.

특히 농어촌으로 깊숙히 들여다보면 공연문화가 미치는 범위가 여전히 중소도시 수준에서 더 퍼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는 최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전주보다도, 중소도시인 남원, 정읍이나 농어촌 지역인 고창, 부안 등을 찾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이 느끼는 문화적 갈증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내릴 수 있는 선택일테다.

"저희 공연은 대도시 보다는 중소도시나 농어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요, 여기 분들의 공연 만족도는 대도시 지역 주민들보다 훨씬 높아요. 공연이 열리는 것 만으로도 좋아하시는데, 이런 참여형 공연을 만날 기회는 더욱 적다보니 많이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요."

예우는 올해도 전북 순회공연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남원에서의 첫번째 공연은 100여명의 발달장애인 관객과 음악으로, 몸짓으로 소통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총 6번의 순회공연을 통해 1000여명의 발달장애인과 만나며 공연의 새 지평을 더욱 넓혀간다는 복안이다.

예우의 꿈은 단순히 일회성 공연들에 그치지 않는다. 예우가 첫 선을 보인 배리어프리 클래식 공연 모델이 더 많은 클래식 음악인들에게 전파돼 하나의 장르로 보편화 되기 위한 과정에 서 있을 뿐이라는게 단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과정들이 켜켜이 쌓이다보면 공연을 넘어 교육과 경연대회, 협연 등 쌍방향적인 활동으로 확대돼 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인 수준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믿음만큼은 굳건하다.

"지금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문화예술을 필요로하는 곳이 많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공연을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고 싶어요. 원대한 목표에 비해 아직은 부족하지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어려운 길을 전북에서 열어나가려는 비영리단체 예우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우리도 이들의 벗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홍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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