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불경기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길어지는 경기침체에 따뜻한 봄이 왔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지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9일 오전 10시께 찾은 전주모래내시장은 장을 보러 온 주민보다 상인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먹거리를 파는 몇몇 점포는 아예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가게 주인들은 멍하니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렸다.

손님 하나 없이 날벌레를 쫓는 선풍기형 기계만 돌아가고 있던 한 생선가게의 주인은 “날씨가 풀리며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에는 단골손님들 발길도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전주남부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상인들의 마음은 아직 차가운 겨울 날씨다. 

남부시장에서 20년간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요즘은 하루 매출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인 10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올해 들어 점점 장사가 잘되지 않고 있는데, 사람들이 대형마트만 찾는지 전통시장은 죽을 맛”이라고 했다.

전통시장의 체감경기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4월 전북지역 전통시장 경기체감지수(BSI)는 51.7를 기록했다. 

BSI는 100 이상일 경우 경기를 긍정적, 100 미만일 경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29.2까지 떨어지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던 전북은 3월 체감경기가 반짝 상승했지만 4월 다시 13.3p가 하락해 하락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북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의 체감경기 수준은 2월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신학기, 계절적 요인 등 영향으로 체감 경기가 상승했으나 이달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40.9%), 유동인구, 고객 감소(37.4%) 등 원인으로 다시 체감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물가·금리·공공요금 등 비용 증가, 유동인구·고객 감소도 경기가 악화되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3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6)씨도 “얼마 전까지는 길에 다니는 사람 보기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야시장도 다시 열고, 동행축제도 앞두고 있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중기청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 도내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소상공인, 지자체가 뭉쳐 동행축제를 개최한다”며 “전주신중앙시장, 익산구시장, 진안고원시장 등 도내 전통시장에서 동행세일과 점포별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소비촉진이 활성화 될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도내 전통시장상인회도 동행축제 등 각종 행사를 통한 내수회복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주말에는 야시장 개장 등으로 손님이 늘어나고 있지만, 평일에는 아직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귀성 전주남부시장상인회 회장은 “10일부터 12일까지 전주남부시장에서 열리는 동행축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바로 이어지는 이벤트 추첨과 야시장을 연계해 시장 방문객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람냄새 물씬 풍기고 더욱 저렴한 전통시장을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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