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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제24회 전주 국제영화제 상영 영화 '미지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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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제24회 전주 국제영화제 상영 영화 '미지수'를 보고
  • 송미경 기자
  • 승인 2023.05.03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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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김정이.
독자 김정이.

삶과 죽음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흑과 백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돈구 감독님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인간은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나 공포감이 들 거라고 말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도둑처럼 와서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아름다운 기억과 지난한 세월까지 송두리째 앗아 간다.
젊은 청춘 한때를 열심히 살고 있던 우주에게도 그랬다.

6년을 사귄 연인이었던  지수의집을 몇 번이고 드나들며 잔인한 살인극을 벌이는 우주. 친구 영배가 죽고 또 우주의 엄마가 죽어 두 사람의 시체가 욕조에 담겨 있을 때  지수는 외친다. 오빠가 연쇄 살인자야? 그 다음은 나를 죽일 거야?

시체를 묻어주기 위해 산을 헤매던 지수와 우주는 흔들의자에 앉아 속 얘기를 나눈다 "알바 하지 말라고 했잖아 공부하라니까"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이 비닐로 시체를 처리하던 바로 그때 지수에게 울리는 휴대폰소리, 우주의 엄마에게서 온 거였다.

한편 치킨 집을 운영하는 기완이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매일 비오는 소리를 듣는다. 배달 주문을 거부하고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데 매일 우주선 발사뉴스를 찾아보고 우주를 유영하는 악몽을 꾼다. 이를 견뎌내고 지켜보는 가족은 "산사람은 좀 살자!" 절규하며 가슴을 내리 친다.

갑작스레 죽음을 통해 이별을 겪다보면 누구나 가슴을 치며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영화는 남은 자들이 겪는 지옥을 보여준다. 우주는 시도 때도 없이 지수를 찾아오고 기완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고 우주엄마는 전쟁 지옥 속에 남겨져 있다.

산 사람도 죽는다. 죽은 이의 친구와 그의 가족들 마저도 죽은 이 처럼 떠나기 때문이다. 욕조에서 피 흘리며 죽어있던 우주친구 영배도 우주엄마도 이제 지수에겐 죽은 사람처럼 인연이 끊긴 것이다.

"난 이제 어머니의 꽃게탕은 못 먹는 거야?" 이돈구 감독은 죽은 사람과 이별뿐 아니라 그의 주변인들 마저도 잊혀 져야 하는 아픔을 욕조에 죽은 이 들로 표현 했다. 극 전반에 흐르는 클라리넷 연주곡과 시니컬한 효과음, 그리고 어둡고 환한 조명 까지 삶과 죽음의 명암을 그대로 예술로 승화시켜내서 감동했다.

나도 친구의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절망했었다 우리에게 이전의 아름다운 시간은 다시 오진 않겠구나 하고.

우리는 지금도 통곡의 지옥 속에 놓여있는 그들을 본다. 세월호가 그랬고, 이태원 참사가 그랬다.

우리 함께 노란 리본을 달고 슬퍼하고 분노했지만 그의 가족만 할까.

우주의 초상화를 완성한 지수는 우주엄마가 차려준 꽃게탕 앞에 앉는다. "저 다시 시작하려고요?"

그러나 우주엄마는 그때까지도 총성을 듣는다. 엄마에게 세상은 온통 전쟁 중인 것이다.

내 자식을 지키지 못한 어미는 세상을 향해 총을 쏜다. 내 자식의 억울한 죽음에 항거하기 위해 총알 한 알이 필요 할 뿐이다.

새삼 대형 참사로 고귀한 생명을 잃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과 친구들과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삼가 경의를 표하게 되는 영화 '미지수'가 그래서 우리에게 소중한영화로 다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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