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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그대 어이가리'...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당신은 준비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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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그대 어이가리'...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당신은 준비되었나요?
  • 송미경 기자
  • 승인 2023.04.2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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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 어이가리!' 스틸컷.
영화 '그대 어이가리!' 스틸컷.

"부부의 인연은
하늘의 별빛처럼
아름답지만 슬프다
삼십여 년의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
기억을 상실한
그 아내를 위한
남편의 헌신적 사랑은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한다...

그대 어이가리!
아름다운 이승을  떠나
그대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 하고 어이가리!"

유응교 전북대 명예교수는 영화 '그대 어이가리!'를 감상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를 보내는 애틋한 마음을 한 편의 시로 표현했다.

지난 24일 전주시네마타운에서 개봉한 '그대 어이가리'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면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가족의 삶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평생을 국악인으로 살면서 전국을 떠돌던 남편 동혁(선동혁)과 30년 넘게 그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내 연희(정아미)의 삶의 이야기. 동혁은 아내 연희의 부탁으로 고향에 정착하기로 한다. 그러나 하던 일을 접고 전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동혁은 아내의 이상 행동을 느끼고 곧 그녀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연희에게 못해줬던 일들이 떠오른 동혁은 '부탁이 있어. 나를 버리지 말아줘. 나에겐 당신밖에 없잖아'라는 아내의 절실한 부탁을 가슴에 담고 자신의 남은 생을 그녀를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그날 밤 동혁은 자신과 아내의 손목을 천으로 묶어 연결한다. 언제 어디로 사라질 지 모르는 아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러나 동혁의 노력에도 연희의 치매 증세는 나날이 심해져만 가고 하루하루 정성껏 그녀를 돌보던 동혁은 물론, 딸과 사위도 점점 지쳐간다. 평온했던 가족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대 어이가리' 중 상여나가는 장면.
'그대 어이가리' 중 상여나가는 장면.

그대 어이가리는 인생을 어떻게 잘 살고 죽을 것인가에 대한 삶에 대한 관찰을 다룬 영화다. 여기에 고령화 사회의 치매라는 병을 소재로 한국의 장례 문화와 한국의 전통 소리인 '창'을 담아냈다. 영화에는 우리의 소리인 창(唱)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동혁이 연희에게 수의를 입히면서 부르는 노래 '흥타령' 중 '꿈이로다' 대목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냈다.

선동혁은 진도씻김굿 길닦음 대목을 민살풀이 춤사위 속에 부르기도 하고 아내의 맺힌 한을 풀어 하늘로 보내는 진혼곡을 상여소리(만가)로 부른다. '만가'는 죽은 자를 위한 노래지만, 배우 선동혁이 직접 부른 만가는 죽은 자를 위한 노래가 아닌 산 자를 위한 노래였다.

이날 상영은 코로나팬데믹에도 해외 각종 영화제에서 53개의 트로피를 거머쥘 만큼 호평받았던 독립영화가 안타깝게 종영돼 재상영시키겠다는 문화시민들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영화 감상후 이애자 명창, 우범기 전주시장의 아내 주은경씨, 이창열 감독, 아내 연희 역을 맡은 정아미씨, 동혁을 열연한 선동혁씨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송미경 기자
영화 감상후 우범기 전주시장의 아내 주은경씨가 감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송미경 기자

영화가 끝난 뒤 객석에 자리한 유응교 전북대 명예교수와 이애자 명창, 우범기 전주시장의 아내 주은경씨가 무대에 올라 영화를 감상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이창열 감독, 아내 연희 역을 맡은 정아미씨, 동혁을 열연한 선동혁씨가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이창열 감독은 "인간은 태어나서 짧은 삶을 살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에 무한한 삶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 나, 아내 역시 그런 삶을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면서 "결국 어떤 이유로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비극이고,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대 어이가리'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에서 촬영됐으며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시네마 부문 초청작이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인정받은 영화다.

'예쁜 꽃으로 살고 싶었다'는 연희의 대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예쁘고 강하게 살다 떠나고 싶어하는 건 우리모두의 소망이지 않을까. /송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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