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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확대가 희망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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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확대가 희망이 되려면
  • 전민일보
  • 승인 2023.03.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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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영국법원은 손흥민 선수에게 인종차별행위를 했다며 가해자에게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 처분을 내렸다. 눈을 찢는 제스처가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판결이다.

반면 대한민국 대구에서는 이슬람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이 3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경북대에 유학 온 무슬림 학생과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이슬람 사원 건축이 추진했고, 대구 북구청이 허가했다. 그런데 건축현장 일부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공사가 중지됐고, 법정 분쟁 끝에 대법원에서 공사재개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반대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 됐다. 일부 주민들과 단체가 건축현장 앞에서 무슬림이 금기시 하는 돼지고기 파티를 벌이는 등 반대 행동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우려를 제기하며 긴급간담회를 소집하기도 했다.

영국과 한국의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력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총리는 인도계, 런던시장은 파키스탄계 무슬림이 탄생한 배경이 영국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개방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 저출산에 따른 인구소멸 위기극복의 대안으로 이민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지난 몇십년동안 투입 되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해 왔다. 작년 출산율은 0.72명으로 상당한 격차의 세계 꼴찌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문제까지 겹친 지방은 이미 소멸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이민 확대가 부상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민 확대를 위한 이민청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고 법무부는 설립을 공식화 했다. 김포시는 설립전인 이민청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이민 확대를 위한 정책추진이 가시화 될 분위기다. 물론 이민 확대가 인구소멸의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민자가 저숙련 노동인력 중심일 경우 빈곤층 확대와 이로 인한 부작용이 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상황이 이민을 외면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이민 확대가 양과 질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고급인력들도 한국사회에 정착해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여러 선진국은 다문화 다민족사회로 바뀌고 있고, 이런 변화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월드컵 준우승국 프랑스의 경우 아프리카 이민가정 출신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고 헝가리 이민 2세인 사르코지가 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세계 최고부자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미국이 아닌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이민청 설립등의 움직임이 반가우면서도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 우리 사회가 이민확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불안하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지구촌을 감싸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트럼프의 영향력이 건재하고 유럽 각국에서도 반이민 극우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오랜 이민 전통을 갖고 있는 사회도 이러한데, 이민과 거의 벽을 쌓고 살아온 우리 사회에서 이민 확대가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우려도 된다.

갈 수 밖에 없는 길이라면 가야 한다. 다만 준비도 잘했으면 좋겠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다문화수용성은 52.27점으로 2015년과 2018년 조사보다 뒷걸음질 쳤다.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이민확대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대책 없는 이민 확대는 더많은 차별의 확대 재생산으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정호윤 전북도 인권담당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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