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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에 30대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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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에 30대 극단적 선택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3.01.2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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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지역 농협 직원 스스로 목숨 끊어
농협측 심의위서 ‘혐의없음’ 결론
유족, 기자회견 열고 진실규명 촉구

 

도내 한 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A(33)씨의 유족들은 25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아들의 죽음을 명명백백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 A씨는 도내 한 농협에 입사, 이후 열성을 다해 업무에 매달려 전라북도지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센터장으로 부임한 B씨가 A씨에게 모욕적인 말 등을 퍼부으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B씨는 잡곡 업무를 담당하던 A씨와 상의 없이 잡곡센터를 장날에만 열 것을 지시했다. 민원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A씨가 재고해주길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언 뿐이었다.

B씨는 직원들 앞에서 A씨에게 "네가 이따구니까 따돌림 당하는거다. 니 XX 직급이 뭐냐"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

유족들은 B씨와 절친한 사이인 C과장도 고객들과 직원들 앞에서 A씨에게 "업무를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 그것도 못 배웠냐"며 수없이 꾸중과 지적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직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 "B씨는 '네가 뭔데 (편한 곳에) 주차를 하냐', '집이 부자라 재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A가 잘 사니까 킹크랩 등 커피를 사라며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작업을 중복해서 지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명령 불복종이라고 윽박을 질렀다"면서 "자신들의 과오로 받게 된 상부의 질책도 아들에게 다 떠넘겼다"고 호소했다.

A씨는 가족 등 지인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입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27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잠적했다. 경찰을 통해 무사히 발견, 이를 계기로 농협은 조사를 시작했다.

농협측은 지난해 12월 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된 B씨의 모욕적인 행동으로 지난 12일 A씨는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극단적 선택을 해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농협이 노무사와 상담 후 결과 회의 등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했지만 회사에서 조사를 위해 연결해준 노무사 D씨가 알고 보니 가해자들과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며 "B씨의 거짓말만 듣고 아무 괴롭힘이 없었다고 허위 결과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동생은 "형이 괴롭힘이 있을 때마다 일기처럼 기록해둔 문서가 있다. 이 문서가 있음을 알게 된 농협측이 컴퓨터를 폐기 처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오죽하면 신혼 3개월 된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해당 농협의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를 명명백백히 밝혀 이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의혹에 대해 노무사 D씨는 "전에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했을 당시 교육 차원에서 B씨를 한 두번 정도 만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그 사실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농협 측 또한 "매뉴얼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만약 고용노동부나 경찰에서 조사를 요청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측은 고용노동부와 농협 등에 진정서를 넣었으며, 전북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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