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5 17:57 (목)
누에 키우는 곳에서 누구나 예술을 꿈꾸는 곳으로
상태바
누에 키우는 곳에서 누구나 예술을 꿈꾸는 곳으로
  • 홍민희 기자
  • 승인 2022.11.05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체면적 5만 1818㎡로 구성
지역 예술인에 전시공간 제공
어린아이들 체험장으로 호평

누에는 예로부터 버릴 것 없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던 존재였다. 

뽕잎만을 먹으며 천천히 성장하는 누에는 우리에게 실을, 단백질을, 색소를, 연필심의 원료를 내어놓는다.

그런 누에를 키우고 연구하던 '호남 잠종장'은 전북지역의 누에문화를 선도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규모가 줄어들며 위치를 옮겨가는 등 역사의 뒤안길에 들어섰다.

그렇지만 사람과 누에가 빠져나간 호남 잠종잠은 또다른 생명을 품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엔 문화와 경험, 체험을 내어놓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편집자주

전북 완주군 용진읍 완주로 462-9. 주소로 말하면 고개를 갸웃되게 대지만, 완주군청 옆이라고 하면 금새 위치가 파악되는 이곳은 '복합문화지구 누에'다.

1987년 누에에 대한 연구와 생산, 유통을 도맡았던 호남 잠종장은 이곳에서 태동돼 전북의 누에산업을 이끌었다. 

총 8개 동을 가진 이곳은 융성했던 시절을 뽐내다가 점점 양잠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결국 규모를 줄이고 터전을 떠나야 했다.

2011년, 화려했던 과거를 남겨두고 문을 닫은 이곳은 완주군 내에서도 가장 먼저 철거대상으로 꼽히는 흉물로 전락했다.

2년 후인 2013년, 완주군 신청사가 근처로 들어서면서 다시한번 철거 논의가 이어졌지만, 문체부의 공고 하나가 이곳의 운명을 바꿨다. 

문체부는 당시 폐건물을 살리고 그곳을 문화재생공간으로 살리려는 시도를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역사속으로 영영 사라질 뻔 했던 호남 잠종관은 그렇게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산업'의 힘을 빌려 정체성의 옷을 갈아입었다.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생을 목표로 딱딱했던 잠종장은 외부의 역사는 그대로 살리면서 내부는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했다.

완전히 새로워졌다고 해도 이곳의 가치까지 버리고 싶지 않았던 완주는 이곳의 이름에 '누에'를 남겼다. 많은 것을 내어주던 누에와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공간 누에는 전체면적 5만 1818㎡로 구성돼 총 21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누에 사업단이 직접 운영하는 곳은 9개동이며, 나머지는 입주단체의 몫으로 남겨뒀다.

누에 사업단이 직접 운영하는 곳은 누에살롱부터 누에아트홀, 누에 카페, 누에 캠핑장&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숨', 목공실&기계실, 도자실&가마실, 섬유실, 금속실 등이다.

특히 메인 공간으로 꼽히는 '누에아트홀'은 완주군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예술인들의 든든한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탁 트인 개방감을 주기 위해 벽을 다 뜯어내고 높은 천고를 최대한 살리는 방안을 찾아냈다.

지역 예술가 우선 전시 조례 제정을 토대로 지역 예술인들에게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공간 누에를 총괄하는 김진아 단장은 "이곳을 문화예술거점으로 삼고 싶었다"며 "사설공간과 지역마을공동체 거점공간 이라는 두가지 색깔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 곳은 도심에서 비켜난 곳에 위치한 만큼,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느낌으로 조성하고 싶었다"며 "특히 미술관에 대해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이곳을 문턱이 낮은 미술관, 누구라도 찾고 싶은 포레스트 누에로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누에아트홀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느끼겠지만, 지나친 엄숙주의 대신 어린 아이도 찾는데 주저하지 않아도 될만큼, 실제로 문턱도 없애고 과도한 칸막이도 배치 하지 않았다. 

아트홀을 찾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를 이끄는 사람도 지역의 어르신인 '시니어 도슨트'다. 시니어 도슨트의 따뜻한 안내에 이끌려 전시를 구경하다 보면 누구라도 이곳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공간 누에는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포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어린아이들에게 천착했다. 이들이 어릴 때 부터 즐겁고 신나게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바탕 공간이 되어 주고 싶다는 게 궁극적 목표다.

잠종장 시절에서도 너른 운동장처럼 사용되며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준 공터는 이제 캠핑라운지로 재탄생 해 도내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이곳을 찾는 꼬마 관람객들의 신나는 운동장이자 놀이공원이 됐다.

김진아 단장은 "창작공간들은 작가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지만,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곳에 전시하는 작가들에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달라는 기획의도를 전달하곤 하는데, 처음엔 작가들도 어려워 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주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할 때 작가의 역량은 10~20%정도 채워진 상태로 시작하지만, 나머지는 아이들의 참여로 100%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도 문화생활에 참여하는 효능감도 느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이 동력이 돼 어른이 되서도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간 누에는 오히려 전주나 다른 타도시에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간 사이사이를 채워나갔을 것이다. 북적거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누구에겐들 없었을까.

하지만 이곳이 완주에 머물러 줘서, 공간 사이사이 여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서, 그래서 그 혜택을 지역민들이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공간 누에는 성공의 문턱까지 다다른 셈이다.

김진아 단장은 "공간 누에는 누에를 키웠던 잠종장의 뜻도 있지만, 누구나 예술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단어로 줄여서 담아낸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며 "저희 역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을 발굴할테니 찾는 분들은 오셔서 맘껏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그림을 보고, 조각을 만져보고, 직접 체험해보고, 맘껏 뛰어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복합문화지구 누에는 오늘도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문턱을 낮추고 있다.

홍민희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