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장기기증은 기증하는 가족들의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장기를 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새 생명을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신장내과 의사로서 최초로 장기기증에 대해서 상담하고 기증을 권유하는 전담의사가 된 전북대 박성광 명예교수. 그는 지난 1998년부터 2021년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비록 의식이 없고 스스로 숨을 쉬지는 못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어 가족들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장기기증을 권유하고 상담해왔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할 슬픔에 잠긴 가족들로부터 호된 질책과 원망을 받았지만 스러져가는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말기 환자들을 위해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장기기증을 유도해왔다. 

박성광 명예교수가 이별의 아픔을 새생명 탄생의 사랑으로 승화시켜 준 장기 기증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감사를 전하기 위해 특별한 책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사랑'(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저자는 장기를 기증하는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이 멎기 전에 가슴이 찢어지는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 책 제목을 정했다. 책의 앞뒤 표지는 장기를 기증한 이들의 사진으로 채웠고 내용에는 가족들의 피매힌 사연을 담았다. 그러면서 이들 기증자 모두가 말기 중환자들을 살린 의인(義人)임을 알리고 싶은 저자의 의지도 강하게 밝혔다.
 

책은 1편과 2편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 편은 3부와 2부로 구성됐다. 1편 ‘네 꿈이 끝날 때 네 청춘도 끝난다’는 저자의 삶에 대한 단편들을 모아 수록했다. 저자가 의사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가면서 지나쳤던, 만났던,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2편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은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과 경험담을 수록하는 한편, 장기기증에 관한 기록과 직접 가족들과 인터뷰한 내용과 사진을 추가해 장기기증에 대한 사연과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박 명예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뇌사자 장기기증이 무엇이고 기증하는 가족들의 극심한 슬픔을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희생에 대해서 증언하고자 한다”며 “나아가서 더 많은 분이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장기이식 외에는 치료법이 없어서 장기기증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말기 중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을 얼굴도 모르는 말기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신 뇌사자 가족분들에게 바친다"며 "영어로 '1 saves 9'는 한 분이 장기를 기증하면 최대 9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1980년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처음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한 이후 이식 환자를 돌보기를 시작한 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장기기증 전담의사로 일을 해왔다. 2010년 대한신장학회 회장, 2011년 전북대 장기이식센터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주 함께하는 내과 원장이다.김영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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