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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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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예찬
  • 전민일보
  • 승인 2022.10.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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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절기상으로는 요즘만큼 좋은 계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하다.

이런 시절이야말로 운동하기에 제일 적합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소화해야 하는 우리 월급쟁이 노동자들에게 ‘운동’은 사치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돈 들이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기에 최상의 운동인 ‘걷기’는 꼭 실천해 봄직하다.

필자도 하루 ‘만 보 이상 걷기’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자 노력하지만 안 되는 날도 많은 것 같다. 그래도 5천보 이상 걷지 않은 날은 없는 것 같아 나름의 위안을 해 보기도 한다.

서울 출장이 있을 때는 아침 운동 마치고 출발하면 1만 6천보 이상을 찍기도 한다. KTX를 타고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하다 보면 동선이 그만큼 길어져서이겠지만 그런 이동 시간은 이상하게 운동으로 인식되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이동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 게다.

오늘 이른 아침엔 ‘황방산’을 일주하고 출근을 했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보니 운동하고 출근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의사들은 숨이 차오르는 운동을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하라고 권유하는데 그에 가장 좋은 운동은 계단 오르기라고도 한다. 평소에도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선호하긴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야트막한 산을 오르는 것은 숨 차오르게 하는 유산소 운동 중 최상인 것 같다. 맑은 공기와 이름 모를 들꽃, 각종 야생초들이 싱그러움을 더하고, 가을이 깊어 갈수록 그 빛이 무르익어갈 단풍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평소에 실천하지 못 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무리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을 통해 외쳐봄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인근에 모악산, 황방산, 건지산 등의 접근하기 쉽고 친근한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일이 아닐까 싶다.

반려견을 키우는 필자로서는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산책길 걷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이자 즐거움이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주인장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온몸으로 반겨주는 강아지를 보면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시간 될 때마다 산책을 함께 하곤 한다. 역시 인근에 있는 문학대공원을 많이 이용하곤 하는데 이미 ‘개 공원’이라고 상당히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식으로 조성된 개 공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많은 반려견들에게 이 곳 만큼 좋은 장소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은 선사시대 유적지이고,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시민들도 왕래하는 곳이니 배변처리나 입마개를 안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루 일과가 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아내와 함께 삼천변이나 서곡지구를 돌면서 밤길 걷기를 종종 한다. 부부가 손잡을 일이 많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날은 함께 손을 잡고 두런두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걷는다. 부슬부슬 비 오는 날엔 우산 하나를 받쳐 들고 걷기도 한다.

각자 들면 비도 안 맞고 편할 텐데 꼭 우산 한개만 고집하는 아내와 실랑이도 벌이지만 함께하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이내 고맙기도 하다.

걸으면서 아이들 얘기, 직장 얘기, 친구 얘기, 다가올 미래의 우리들 모습 등등 많은 얘기들을 하곤 하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 이때만큼 부부가 대화하기 좋은 때는 없는 것 같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가 배려도 하고 서운한 것도 털어 내면서 걷다 보면 운동은 사실 덤이라는 생각도 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우리의 자아를 다독이고 우리 자신을 챙기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갈등을 겪고 요동을 친다고 한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도 많고 요즘은 잘 안 돌아가고 있는 나라 걱정까지 하고 있다.

삶의 본질을 찾아 숲으로 간 사상가이자 ‘월든’의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거창한 사상은 아닐지라도‘산책’과‘걷기’는 현대를 사는우리들에게 몸과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운동이지 않을까 싶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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