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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등은 이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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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등은 이제 괜찮을까?
  • 전민일보
  • 승인 2022.10.2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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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여니 등에 따개비가 잔뜩 붙은 거북이 모습이 추천 목록에 오른다. 호기심 반 걱정 반, 영상을 봤다. 문제는 그 뒤다.

유튜브를 열 때 면 어김없이 등에 따개비가 붙은 거북이 모습이 위치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등에 따개비 붙은 거북이 전문가 양성과정(?)에 선정된 나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잔상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은 물론 알고리즘에서 해방되기 위한 원시적인 방법(?)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했다.

어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사람의 유튜브 열독률이 세계 최상위권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이제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인 세상에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도 유튜브를 켜놓은 어르신들은 이제 정치평론은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어있다. 그들이 전문가가 되는 과정의 상당부분은 따개비가 등에 붙은 거북이 전문가 과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상의 모든 거북이는 등에 따개비가 붙어 있을까? 적어도 내가 유튜브에서 확인한 거북이는 거의 모두 예외가 없다. 내게 소개된 따개비는 악의 화신이고 거북이는 가련한 희생양이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인권과 평화의 의미가 얼마나 달리 쓰일 수 있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유튜브 공간이다. 같은 사안과 사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이지만 그 일방 주장을 합리화하고 공고화하는 과정은 자본주의적이다.

그렇게 산출된 결과는 곧 진영의 논리가 되고 더 중요한 돈이 된다.

유튜브는 그 원초적 욕망에 맞춰서 알고리즘을 형성한다. 그것은 진영의 지지와 돈을 필요로 하는 생산자는 물론 그것을 갈구하는 소비자의 금지된 욕구와도 일치한다.

조폭이 자신의 무용담을 올리고 많은 조회 수를 통해 지지와 돈을 획득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시청자에게 욕설을 하고 협박을 해도 그 자체가 또 다른 수요자를 만족시킴으로서 더 강력한 팬덤을 구성하기도 한다. 적어도 그 점에서는 그 작용 기작(機作)이 마약과 다르지 않다.

적잖은 사람들이 정조(正祖)를 철인군주(哲人君主)의 전형으로 얘기하지만 문제반정(文體反正)에서 보여 지는 왕의 모습은 개혁과는 거리가 먼 반동(反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은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라는 문화혁명에서 공자를 바라보는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문화혁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단의 시각이 출발하는 시발점이다.

역사를 해석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획일적일 수 없는 것은 따개비가 등에 붙은 거북이나 철인군주로 포장된 정조 임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토론문화는 조선 예송논쟁에서 나간 바가 그 얼마인가? 아마도 그 시절 유튜브가 있었다면 서인과 남인을 지지하는 수많은 유튜버들이 등장해 인기와 돈을 찾아 활동했을 것이다.

부모의 장례식을 조장(鳥葬)으로 치르는 사람과 화장(火葬)으로 거행하는 사람 사이에서 옳음을 찾고자 한다면 답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은 반목과 혐오뿐이다.

일제 청산과 북한 인권은 동일한 가치와 해법을 가져야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기준은 변한다.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한국에서 모호해지는 부분은 이외에도 많다.

기능적, 현실적으로 남북한 통일이 어렵다는 것을 백번 인정하면서도 당위로서 그것을 추구해야 할 근본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분단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땅의 모든 가치규범은 혼돈의 영역 속에 계속 자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유튜브에서는 각각의 정의감으로 포장한 고귀한 영업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자신은 선이고 상대편은 악으로 규정해야만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돈을 가져올 수 있는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바다 거북이 등에 붙은 따개비와 같은 존재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용기와 실천이 없다면 우리의 토론은 조선 예송논쟁에서 한 발자국도 앞서지 못할 것이다.

밀(J. S. MILL)이 오래 전 갈파한 바처럼 진리는 의견과 의견 사이에 있다.

거북이 등은 이제 괜찮을까?

장상록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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