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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안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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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안부 인사
  • 전민일보
  • 승인 2022.09.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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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남노송동 우리 어머니들께서 좋은 글귀들과 영상들을 메신저를 통해 다양하게 보내주신다. 따뜻한 안부 인사, 희망찬 도전의 메시지, 예쁜 풍경 사진, 그리고 먼발치에서 필자를 찍은 사진, 영상 등을 말이다.

가족도 친구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여든이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다양한 안부 인사들을 한결같이 좋은 글귀를 보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참 감사했다.

그리고는 ‘한 사람을 마주하는 삶의 지혜는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으며, 따뜻한 안부 인사를 읽고 또 읽었다.

어머니들께 답하기 위해 메시지 입력하는 중에 아주 오래전 일이 생각났다.

14년 전, 결혼하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을 무렵, 첫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 작은 꼬꼬마 아가씨가 어찌나 예쁜지 하루 종일 입술이 마중 나가 있었다. 작고 작은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지 온몸의 모든 감각이 아이를 위해서만 살아 움직이고 반응하고 있는듯했다.

온 신경이 아이에게만 쏠려 있으니, 세탁기에 넣어둔 젖은 빨래를 제때 꺼내지 못해 쾌쾌한 냄새가 나고, 수저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찾지 못해 한참을 찾아 헤매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심각한 건망증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하루는 필자에게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당신, 내가 누군지는 알아는 보겠어?’라고 말이다. 서운함과 염려를 담은 남편의 물음을 넉살 좋게 웃어넘기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꼬꼬마 아가씨가 태어난 후 백일 무렵 즈음에, 약 한 달가량 아이의 밤낮이 바뀌는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했다.

낮에 잠을 자고 밤에 안아달라는 아이의 울음덕에 매일 저녁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안아달라고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 덕분에 아이를 안아 들었다.

며칠 밤낮이 바뀌어 고생 중이었던 터라 초보엄마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날은 달랐다.

늦은 밤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서 바라보고 있는데, ‘아,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나를 바라보셨구나. 아무런 값없이 이유 없이 그냥 나를 사랑해주셨구나!’ 탁하고 깨달은 순간 쉴새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전의 삶의 방식은 적당한 관계의 선을 유지하며, 잘 맞는 사람들 중심으로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했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 때론 나와 잘 맞지 않는 그 누군가도 누군가에게는 엄청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주하는 시선과 자세가 바뀐 것이다. 즉, 어린 생명을 통해서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고, 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다소 이기적이었던 세상의 중심에서 비로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지혜의 씨앗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매일 아침 안부를 먼저 물으시는 어머니들을 보니, 어머니들의 지혜 뿌리는 얼마나 깊은지 내심 궁금해진다.

여든의 인생을 견고히 다져온 그 지혜의 깊이와 넓이는 가늠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을 생각하고 건네는 안부에는 한없이 따뜻해져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가족과 친구들, 직장동료에게 따듯한 인사 건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지내기 일쑤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 건네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필자가 건네는 인사가 힘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

선물 받은 오늘의 모든 시간 속에서 건강하시고, 평안한 하루 되세요!

송선미 문화통신사 팀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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