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 가구일수록 먹거리 품목 지출 비중 커
- 라면 등 가공식품 및 전기 요금 등도 줄줄이 인상 예고
“배추가 이렇게나 작고 부실한데도 한 포기에 만원이 넘어요”
추석 대목을 준비하러 전주시 덕진구 한 마트에 왔다는 주부 이모(51)씨는 장바구니 카트에 담긴 배추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채소 등 먹거리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2000원 하던 호박이 두 배나 뛰었다”며 “가격표 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민족 명절 추석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치솟는 물가에 넉넉한 한가위는 옛말이 됐다.
정부는 비축물량을 풀고 할당관세를 조정하는 등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장바구니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역대급 고물가에 이례적인 폭우까지 덮치면서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유가 하락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음식서비스 부문을 각 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2020년 가중치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지난달 먹거리 물가 지수는 113.57, 지난해 8월은 104.80이었다.
부문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에는 빵 및 곡물, 육류, 수산물, 과일, 채소, 과자, 냉동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등 채소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 등이 많이 올랐다.
가공식품과 함께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료품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게다가 지난달엔 폭우로 식료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는데, 지금 북상 중인 태풍으로 농지가 침수되며 신선식품의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