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백화점, 아울렛 등 특수상권 매장의 위탁판매업자 및 중간관리자는 매장개편 시즌마다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은 흔히 매니저 혹은 중간관리자로 불리는 개인사업자로 브랜드 본사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해당 특수상권 입점 매장에서 근무하되, 물품이 자기 소유가 아니라 본사에서 받아 판매하고 일부 수수료만 받는 계약 형태다. 본사와 계약서상 개인사업자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매장이 없어지면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
매장 철수에 관련한 논의는 특수상권 사업자와 브랜드 본사 간에 이루어지며, 갑작스러운 매장 철수로 인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도 근로기준법, 대리점법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고용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업 급여 등 생계 불안을 극복할 수단조차 없다.
모 아울렛에 입점한 한 의류 브랜드 D사와 매장 운영에 관한 2020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로 하는 1년간의 중간관리계약을 체결한 A씨는 의류매장을 개시한지 2주 만에 D사로부터 아울렛 내 매장 철수를 통보 받았다.
D사는 매장철수가 아울렛의 일방적인 철수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3월 초 폐점에 따른 재고조사 등을 진행하고 재고 상품을 싣고 가면서 완전히 매장을 철수하는 한편.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를 매장 철수일까지로 보고 약 30여만 원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납득할 수 없었던 A씨는 D를 상대로 중간관리계약에 따른 본질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D사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함과 더불어 A씨가 정상적인 출근을 하지 않았고 재고조사 결과 약 4백여만 원의 로스(loss)가 발견됐다며 물품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사실 D사는 아울렛과의 특약매입거래계약의 기간 만료일이 2020년 2월 말까지로 예정되어있던 상태에서 2019년 12월 말 기존 중간관리자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새로이 A씨와 1년간의 중간관리계약을 체결하여 A씨에게 확보된 계약상의 거래기간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매장 입점에 관한 계약은 D사와 아울렛 간의 사이의 특약매입거래계약이며, 계약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A씨와 1년간의 중간관리계약을 체결한 D사로서는 이 사건매장의 계속 입점과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이 계약상의 근거를 특약매입거래계약의 기간 연장 등으로 확보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D사가 주장한 로스에 대하여 A씨에게 폐점통보를 한 이후 폐점까지의 매장 관리는 D사에서 직접 담당하였으며, A씨가 매장 철수일까지 올린 매출액이 약 2백여만 원정도 이며 실제로 관리를 담당한 기간은 2주에 불과한 상황에서 판매량의 2배에 가까운 제품의 로스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고 누가 담당한 기간 동안 로스가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D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A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4,8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의 대리인인 법무그룹 유한 고은희 대표변호사는 “의뢰인이 매장운영을 개시한지 2주 만에 철수하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매장을 운영하였을 경우 달성하였을 이익과 수수료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이 있어 자칫 낮은 손해배상금이 인용될 수 있었던 사안이었지만,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주장한 덕분에 일부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었다”며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의 중간관리계약은 보통 특수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할 경우 관련 분쟁에서 경험 많은 전문 변호인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 고은희 대표변호사 가맹거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