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17:12 (금)
삶을 나누는 ‘품’앗이, 멋진 자세 ‘폼’(form)
상태바
삶을 나누는 ‘품’앗이, 멋진 자세 ‘폼’(form)
  • 전민일보
  • 승인 2022.08.26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경력이 단절된 채, 세상과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아 무의미하게 허공에 팔을 저어보기도 하고, 큰 소리를 내질러 보기도 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살면서 지나온 내 삶의 흔적은 다 지워지는 것 같았고 꿈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이라는 곳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로 도시재생을 꿈꾸는 작은 거인 같은 기업이었습니다. 사라져가고 있는 힘없는 작은 도시를 살리는 일이 얼마나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신도 의사도 아니었지만, 작은 마을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모든 일에 가치를 가지고 정성스럽게 마주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콩닥콩닥 심장이 뛰었습니다. 흐트러져 곧 사라져버릴 것 같던 것들을 다시 살리는 가치 있는 일을 같이할 수 있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세 번째 같은 계절을 맞이했습니다. 현재는 남노송동에서 어머니들과 서로 돕고 돕는 품앗이 활동을 ‘품’으로 적립하는 ‘기린 통장’ 활성화 사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품앗이를 통해 힘들 때 서로 도우며 사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초개인주의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삶의 지혜를 많이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중에 추진된‘기린 통장’은 그 지혜의 문화가 순환하며, 각박한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어려운 누군가에게 삶의 희망이자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업을 운영하는 운영의 주체인 제가 어머니들께 드리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맑은 웃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토닥임을 통해 오히려 제가 보살핌을 받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무실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으니, ‘점심은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시더니 깻잎 김치, 오이무침, 쑥떡, 아낌없이 내어주십니다. 혹여나 집 근처를 지나가다 마주치면 그냥 보내는 일이 없으십니다. 대문을 열어 들어오게 하시고는 햇감자 세 개, 물, 시원한 수박등 집에 있는 모든 것을 나누어 주십니다.

남노송동의 도시재생사업의 한 분야로 시작한 ‘기린 통장’을 통해 제가 먼저 사람다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삶을 나누고 함께 한다는 것은 배부름으로 오는 개인의 만족감이 아닌, 가진 것이 없고 부족하여도 내 것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내어줄 수 있는 것임을 오히려 어머니들과 함께하며 더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일함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간다.’라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습니다. 이렇듯 성실하게 한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들의 삶을 나누고 함께 하는 품앗이 지혜가 진정한 위로이자 희망이며, 이 시대를 이겨내는 ‘진정한 멋진 자세 폼(form)’이라 생각됩니다.

송선미 문화통신사 협동조합 팀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