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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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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의 정치경제학
  • 전민일보
  • 승인 2022.08.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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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올리면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경기는 하강하고 경기침체마저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1970년대 이래 50년만에 다시 오는 현상이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 모두 원인이 있었다.

수요측면에서는 돈을 풀어 경기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은 당시 주류 케인즈학파의 정책이 장기화 된 것이 문제였다.

공급측면에서는 중동 석유수출국들의 담합에 의해 1970년대 전반과 후반 두차 례에 걸쳐 발생한 석유파동이 문제였다. 현재의 상황을 먼저 거시경제적 수요면에서 들여다보자.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감염병 사태로 인해 각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다 동원해서 돈을 풀었다. 그러나 2008년말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돈을 많이 풀어도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던 경험 때문에 정책결정자들은 인플레를 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염병 사태가 1년이상 계속되면서 물밑에서 정책결정자들이 놓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필자는 이를 통화승수, 곧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가 정부가 공급하는 현금의 몇배인가’하는 척도로 추적해본다.

미국의 경우 2018년 후반까지 10년간 1 아래 혹은 1 근방에 계속 머물러 있던 통화승수가 2020년 5월에 갑자기 3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필자는 이 통화승수의 급격한 상승이 풀린 돈이 인플레로 가는 신호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글로벌금 융위기 대응에서 자신을 얻은 정책결정자들은 1970년대 케인즈학파 정책결정자들과 마찬가지로 정 책의 장기적 인과관계를 헤아리지 못했다.

공급면에서 보자. 감염병사태 초기에 생긴 글로벌 공급사슬의 애로, 특히 생산과 수송의 차질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겨 가격이 급등했다.

국제정치가 ‘비용이 밀어대는 인플레’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1970년대와 유사하다. 전쟁으로 인해 전세계가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지만 가장 큰 손실 을 보고 있는 나라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율만 보더라도 한국이 6%, 미국이 9%인데 비해 러시아는 16%이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손실은 더 커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감염병확산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글로벌 공급에 애로가 생겨 인플레가 가속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기위축은 전 세계적 경기하강으로 번졌다. 러시아와 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었다.

경제는 정치가 일으키는 문제들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러나 정치 또한 경제를 넘어서지 못한다.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지도자는 힘을 잃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문제해결에 주어지는 시간이 짧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공급 문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 관계가 껄끄러웠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최근 방문한 것은 현실적 국제정치 행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동안 관세를 높였지만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관세를 내리고 있다.

또한 첨단기술 이전을 막으려고 하지만 양국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너무 커서 현실적인 접근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공급면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노동시장의 변화다. 우선 감염병사태로 인해 근무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비대면근무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지역별 노동시장의 범위도 재편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술혁신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과 기존의 노동력이 가지고 있는 기술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

최근 한국에서는 반도체 인력공급이 화두가 되고 있다. 새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도체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반도체라는 특정산업보다 미래산업 전반을 보는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노동의 질이 향상되어야 산업경쟁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사회불평등도 해소될 수 있다. 노동시장 정책에도 정치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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