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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속 청년 ‘경험 안전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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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속 청년 ‘경험 안전망’ 필요
  • 전민일보
  • 승인 2022.07.1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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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몇몇 청년들과 함께 ‘지역살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취준생, 1인 크리에이터, 자영업자 등이 함께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 다들 일상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두 펜데믹 시대를 뚫고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햇빛 한 번 보기 힘든 우중충한 날씨 탓에 다들 정서적 무기력감까지 더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 다들 만난 자리여서 계속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아쉬웠다. 비관주의자는 옳은 말을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낙관주의자라는 말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말에 용기를 내서 함께하는 몇시간이라도 힘을 내어 서로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공유하며 우리에게 혹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자리 및 재정적 지원부터 요즘 뜨거운 이슈인 임대차관련 정책, 육아를 하는 집에서는 육아정책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러한 것들 외에도 좀 더 근본적으로는 청년성이 회복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말은 즉, 결과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며 성장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으로 공감이 됐다.

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 10명 중 6명(전국 기준은 10명 중 3명)은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했다. 경쟁률도 치열하고 합격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일단 되기만 하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청년들은 현재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했을 때 스스로 온전히 책임져야 할 것들에 대한 무게감에 안정적인 것을 쫓아가고 있다.

이러한 것은 비단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들의 관점에서 위험을 회피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도전과 시행착오가 용인되기 어려운 사회분위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리스크를 낮춰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제도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역별로 다양한 청년정책 및 지원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과거보다는 전반적인 상황은 많이 좋아졌다. 특히, 과거 제조업 중심의 창업지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이템을 폭넓게 지원하는 창업 지원의 경우에는 청년들의 도전의식에 불을 지폈고 실제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은 장려하지만, 청년들이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우여곡절이나 그리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을 때, 투자했던 돈과 시간 그리고 경험들은 모두 개인의 짐으로만 남게 된다.

결국 그 짐은 개인의 힘으로는 회복하기 힘든 사회적 무게감을 안겨줌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포용해줄 만한 시스템은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점점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의적인 활동과 사업 등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각종 제도적 장벽으로 보호받는 활동 및 사업에 미래를 걸고 있다.

한마디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본인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 사회는 현장에서 시도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들과 혁신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그리고 점점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다양성을 받아들일 내재적 힘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본인의 용기나 시도가 어떠한 보상으로도 연결되지 못 했다.

최소한 정신적 보상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부족했다. 경험이 자산이 되고 투자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냥 소모가 되고 있다.

청년들이 리스크에 위축되어서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인구유출로 막막한 미래가 걱정되는 지역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그래서 청년들에게는 맘껏 시도하고 실패 했을 때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는 이 시스템을 ‘경험안전망’이라고 표현한다.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조금 더 다양하고 하고 싶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맘껏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험 안전망’이 필요하다.

자율적 의지로 경험하는 모든 활동이 실패가 되더라도 그걸로 인해 좌절하는 것이 아닌, 그 경험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는 안전망 말이다.

경쟁 체제를 넘어 협업 및 조화의 체계의 기초를 만들고 이를 온·오프라인에 효과적으로 담아내면 가능할 것 같다. 성과위주의 결과물이 아닌, 좋든 나쁘든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을 중시하며 경험으로부터 축적된 노하우(know-how)와 노와이(know-why)가 존중되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위험을 함께 공유하면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어 비로소 청년들의 시행착오가 우리 모두에게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과연 우리는 청년들에게 어떠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원민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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