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역에 거주하는 한 청년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평소 센터를 자주 왕래하며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친구였는데, 고민이 많은 듯했습니다. 메일을 읽어보니 진로 고민에 빠져있었는데요. 평소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느 회사에 취업을 했었는데, 1년도 못 채우고 그만 뒀다고 합니다.
요즘 평균 근속 연수가 1. 2년이라며 그게 뭐 대수냐라며 나름의 위로를 건네려고 했는데, 메일의 끝부분에 고민의 핵심이 있었습니다. 퇴사하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가 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은 제가 보기에는 사업이라고 하기보다는 거의 자원봉사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비즈니스모델이 취약해 보였는데요. 그것을 스스로도 잘 알기에 하고 싶은 일이 돈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책도 읽고 유튜브 영상도 봤는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서 저에게 메일을 보낸 것입니다.
평소 주제넘게 남의 인생에 끼어드는 것 같아 조언을 하지 않는데, 뭔가 그냥 지나쳐버리면 이 친구의 열정이 그냥 식어버릴 것 같아 어떤 말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차를 앞두고 있는 기획자로서, 센터장으로서 그동안 어떻게 나의 일들을 선택하고 실행했는지 되돌아봤습니다.
저에게는 일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기준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 기준을 세우고 모든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제가 일을 선택하고 행하는 데 있어서 단단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이 세 가지인데요. 무슨 일이 주어지거나 기회가 생길 때 반드시 이 세 가지를 꼼꼼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합니다.
첫 번째는 하고 싶은 일이냐입니다. 제일 중요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라 하면 외부적인 요소와 환경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내적 동기가 생기는 무언가가 존재하냐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세상을 뭔가 다르게 바꾸고 싶은 열망,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 등 어떤 것도 상관없습니다.
이러한 단단한 내적 동기가 충만해졌을 때 지치거나 힘든 순간이 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해야 하는 일이냐입니다. 이것은 세상에 필요한 일이냐 와도 같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더라도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일이면 하지 않습니다. 나에게만 필요하고 중요한 일은 나만의 일이 되고, 이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는 할 수 있는 일이냐입니다. 아무리 내가 하고 싶고 세상에 필요한 일이어도 나에게 역량이 없다고 판단되면 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실력이 없는데 무리해서 하겠다고 하면 그 부족한 실력을 메워주기 위해 누군가의 절대적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을 시작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힘에 겨운 상황이 오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마다 제가 찾아보는 마더 테레사의 말로 이번 칼럼을 마칩니다.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네가 친절하면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친절을 베풀어라.
네가 오랫동안 이룩한 것을 누군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도 무언가 이룩하라.
네가 오늘 행한 선을 사람들은 내일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네가 정직하고 성실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래도 정직하고 성실하라.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도움을 주어라.
네가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내주고도 걷어차일 수 있다. 그래도 네가 가진 최상의 것을 내주어라.
원민 전주시사회혁신센터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