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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상처만큼 남에게 베풀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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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상처만큼 남에게 베풀고 살아요”
  • 전민일보
  • 승인 2009.01.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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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아프고 세상에 해 놓은 것도 없다는 생각에 위안삼아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큰 금액도 아닌데 쑥스러울 뿐이네요”
직장암과 대장암 투병 속에서도 구두수선공을 하며 8년째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있는 조규완(64·완주군 용진면) 씨는 그동안의 선행을 자기위안이라며 겸손하게 표현했다.
자기위안이더라도 기부와 선행에 인색한 사회에서 조 씨의 이같은 표현은 취재기자마저도 부끄럽게 했다.
조씨는 구두수선공으로 일하며 한달에 70~80만원, 많아야 100여만원의 수입을 거두지만 이조차도 아껴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해 행정기관과 교회 등에 연간 500여만원씩을 기탁하고 있다.
정작 본인은 직장암과 대장암 등으로 5차례에 걸쳐 암수술을 받는 등 힘든 형편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어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
조씨가 구두수선공으로 일을 시작한 시기는 약 20년 전인 지난 1988년께.
기존에 운영하던 공업사가 어려워지고 이 시기 가정마저 붕괴되면서 조씨는 혼자 남은 자신을 위해 구두수선공으로 길거리에 나섰다.
그러나 1994년께 직장암이 발병해 2차례의 큰 수술을 받았지만 또다시 대장암으로 재발, 3차례의 수술을 더 받고 지금까지 15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다.
조씨는 “처음에는 몸이 아파 얼마 못산다는 소리를 듣고 명(命)이라도 늘려보자는 자기위안으로 시작했다”며 “그러나 그 이후에는 한번이라도 빠지면 기분이 언짢고 이상해 그만둘 수가 없다”고 크디큰 자신의 선행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특히 조씨는 5번에 걸친 직장암과 대장암 수술로 배변기능이 좋지 못해 하루에도 7~10번의 화장실을 가는 고통과 함께 최근에는 소화기계통까지 안 좋아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조씨의 아름다운 선행은 더욱 빛이 난다.
조씨는 “사람마다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난 돈보다는 소중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다”며 “현재는 그 꿈조차 이루지 못했지만 베푸는 재미가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조씨의 아픔은 이뿐만이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한명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조씨 자신이야말로 남들보다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내색조차 없이 베푸는 기쁨으로 이를 승화시키고 있다.
조씨는 “작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크게 평가되는 것 같아 고민이다”며 “그러나 나같은 사람도 선행을 베푸는 만큼 나의 소식을 접하고 선행에 동참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말을 이으면서 취재기자를 돌려보냈다.
건강이 허락되고 형편이 되는 한 죽는 날까지 베풀고 살겠다는 조씨의 다짐처럼 병마를 이기고 오랫동안 구두수선공으로 일할 수 있기를, 그리고 베푸는 재미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운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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