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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잡설〔雜說〕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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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잡설〔雜說〕하나
  • 전민일보
  • 승인 2022.01.06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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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너무도 중요한 물건을 골라야하는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구성원 전체가 눈을 크게 뜨고 세심히 살펴보는 시장에는 어떤 물건이 나와 있을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지켜 본 장(場) 중에 이렇게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갖추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어떤 물건을 골라도 아쉬움을 피할 방법이 안 보인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닥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 외에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답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관용구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 그것도 어렵다면 최악이 아닌 차악을 택하라.’ 소박한 의문이 있다. 과연 시장엔 양화(良貨)를 구축(驅逐) 하는 악화(惡貨) 밖에 남지 않은 것인가?

최악의 상품과 그것을 구매하는 악화만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면 그 시장은 그 자체로 소멸할 수밖에 없다. 시장 구성원이 최악의 물건을 악화로 구매하려할 때 궁극적 결과는 환류(還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를 살다간 조임도(趙任道)의 문집인 <간송집(澗松集)> 잡설〔雜說〕편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다분히 그 자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보편적인 울림도 없지 않다.

먼저 그는 이렇게 문제를 제기한다. “사람들은 항상 현달한 사람을 현명하다고 여기고 현달하지 않은 사람을 못났다고 여기며, 세상 또한 알려지는 것을 현명하다 여기고 알려지지 않는 것을 못났다고 여기지만, 이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임도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현명한 사람과 군자가 천하에 있는 것은 기이한 상서와 특이한 보물이 땅속에 있는 것과 같다. 비록 일찍이 없던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꼭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산삼(山蔘) 옆을 지나는 등산객은 그 존재의 귀함을 알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 어려움은 산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 자체가 너무도 희소하다.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도 다르지 않다. 다시 조임도의 안목을 빌려보자.

“아! 세상에는 권모(權謀)와 사기가 많고 사람들은 다른 것을 시기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뒤섞이고, 옳고 그름이 전도되며, 치우치고 사악함이 서로 가려져서, 공정하지도 않고 명백하지도 않아, 각각 자기의 견해로써 좋아하거나 싫어하며 옳다고 여기거나 그르다고 여긴다.”

조임도의 문제제기를 살펴보며 새삼 놀랐던 것은 그것이 수백 년 전 옛 얘기가 아닌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데 있다. 그가 바라본 ‘내로남불’과 ‘진영논리’에 대한 비판이다.

“이른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그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니, 정말로 이른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른바 ‘옳다고 여기거나 그르다고 여기는 것’은 그가 옳다고 여기거나 그르다고 여기는 것을 옳다고 여기거나 그르다고 여기니, 정말로 이른바 ‘옳다고 여기거나 그르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다.”

직업인으로서의 정치인은 평범한 소시민이 가지는 것과는 구분되는 직업적 의무와 윤리의 틀 속에 있다. 그들에게 제기되는 검증의 잣대가 엄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불어 고위직으로 갈수록 그가 서있는 줄의 두께는 그에 비례해 실낱같이 위태로워진다.

비전과 양식을 겸비한 사람들이 공직에 나서길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임도 역시 그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현인(賢人) 군자(君子)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시비(是非)와 호오(好惡)의 가운데에서 스스로를 지켜 그 자신을 세우고 명성을 이루는 것은 어렵구나!”

이제 2022, 잡설(雜說)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성직자를 임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선택을 배제하는 흠(?)의 기준이 명확하고 공평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나와 내 진영에 대한 기준과 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도덕군자가 아닌 정치 지도자에 대한 검증은 그것으로 족하다.

올해 나온 시장의 물건이 어떤 선택을 받건 그것은 국민의 뜻이다. 아쉬움은 좀 더 양질의 상품이 진열 될 순 없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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