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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포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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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포 세대
  • 전민일보
  • 승인 2021.11.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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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빗댄 칠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회자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 삼포 세대가 된다는 이야기다. 삼포 세대가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면 오포 세대가 된다.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잃어버리면 칠포 세대로 등극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화려한 직업 조건을 갖추고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의 취업준비생을 빗댄 장미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런데 장미족과 칠포 세대를 분노케 하는 것은 재벌기업들의 최대 규모의 고용계획 남발과 통계청의 공허한 수치 노릇이라고 한다. 통계청은 공식 실업률 통계를 작성할 때 어떤 일이든지 일을 하고 있으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한다.

취업 준비나 고시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취업자로 간주한다. 어처구니없는 통계수치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어쩔 수 없이 대학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도 학생으로 분류해 실업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실업 상태인 경우를 모두 합하면 청년실업자는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이 현실을 반영한‘청년 체감 실업률은 23%로 정부의 공식‘청년실업률보다 2배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실업 상태인 청년은 10명에 1명꼴이 아니라 4명에 1명꼴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공허한 수치는 비단 실업률만이 아니다.

요즘 연일 발표된 최대 규모의 고용계획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재벌기업들이 잇따라 발표한 청년 고용 규모도 허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고 대기업부터 청년 고용을 늘려야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다고 연일 분위기를 띄웠다.

대통령도 대기업들이 청년 고용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재벌들이 곧장 화답한 고용계획 규모는 얼핏 보면 대단한 숫자다. 이만큼 청년을 고용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금세 풀릴 것 같다.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태반이 인턴과 창업 교육으로 청년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삼성그룹의 채용계획도 협력사에 채용되도록 하겠다는 거였다. SK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협력사들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그런데 직접 채용대상은 그중에 한 명도 없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고용 디딤돌’로 이름 붙인 인턴이고 나머지는 창업 교육 지원이다.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뭇매가 매서웠던 롯데는 청년을 대거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신입사원과 인턴사원을 포함해서였다. 과연 그중에 몇 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게 될지가 의문이다.

현대차도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고, 기성세대 직원의 월급을 깎아서 청년을 더 뽑겠다는 셈법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기업들이 내놓은 대책은 한계가 있다. 당장 통계치로는 조금 나아지는 현상을 보이겠지만 앞으로 그 청년들이 다시 취업 시장에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근 정부는 근본적인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일자리 창출, 직업지도·직업교육 강화,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 및 취업 소요 기간을 단축하게 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키로 하였다.

재벌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은 없이 숫자에만 집중해 고용 대책을 잇달아 발표한 건 왜일까?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정부에 당장 실적을 내보이기 위해 졸속으로 만든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명분을 쌓아 해고 요건 완화나 임금 피크제 도입과 같은 기업들의 요구를 은근 슬쩍 달성하기 위한 포석이아닐 수 없다.

정부와 재벌기업은 얄팍한 술수로 채용 규모와 실업률을 발표하기보다 장미족과 칠포 세대의 취업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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