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2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초기에 불길이 잡히는 듯했지만 가연성 물질로 불길이 옮겨붙어 결국 건물 전체를 태우고 6일동안이나 꺼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 화재 진화 과정에 소중한 소방관의 목숨마저 앗아가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하고 말았다.
이번 쿠팡 덕평물류센터와 같은 물류창고 화재는 두 가지 결정적 요인으로 인해 피해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첫 번째 요인은 건물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용 자재이다. 이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이유는 값이 싸고 시공이 간단해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단열효과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샌드위치 패널의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철판 사이에 들어가 있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이 가연성에 취약하고 연소과정에 유독가스까지 배출한다는 점이다.
또한 불이 붙었을 경우 양쪽의 철판이 연통 역할을 해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고, 철판이 소방용수의 투입을 차단해 진화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 샌드위치 패널은 앞서 2020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에서 38명,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9명,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40명, 1999년 시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에서도 23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주원인으로 꼽혔다.
화재를 키운 두 번째 요인은 화재의 발생장소가 물류창고라는 점이다. 물류창고는 그 특성상 많은 물건들이 적재되어 있고, 그 물건들의 택배포장에 사용되는 종이박스, 비닐, 스티커 등과 같은 가연성 물질들이 다량 적재되어 있다.
이러한 가연성 물질들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화재는 급속하게 확산되고,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발생시켜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더구나 물류창고는 이와 같은 물품들을 높게 쌓아두기 때문에 물을 뿌려도 물이 물건의 윗부분을 적시는 수준에 불과해 화재의 진화가 더 어려워진다.
물류창고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쇼핑문화가 자리잡아 가며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해왔다. `21년 전라북도 소방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전라북도 내 물류터미널, 냉동·냉장창고, 집배송시설 등 147개소나 되는 물류창고가 있어 전라북도 역시 물류창고 화재의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물류창고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가지 측면만이 아닌 여러 가지 방면에서 다각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방서에서는 물류창고마다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 설비 등 소방시설 설치와 소방시설 정상 작동여부 조사 등 이전보다 더 세밀한 점검을 실시하고 주기적인 컨설팅과 소방훈련 지도, 안전교육 등의 실시로 화재 발생의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도적 측면으로는 물류창고는 창고마다 공간적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법 조항으로 일일이 모든 규제조항을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건축과정에서 일정규모와 취급하는 물건의 따라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의 사용을 막고 불연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의 적용기준과, 물건 적재량에 따라 물류창고 자체소방대,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설비 등을 갖추게 하는 적용기준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물류창고의 목적과 의미는 얼마나 빠르게 배송을 하는지의 경제적 효용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다가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눈앞의 경제논리가 아닌 안전을 중시하는 의식으로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윤병헌 전주덕진소방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