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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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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 전민일보
  • 승인 2021.09.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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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마당에서 본 참새들은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앙증맞고 귀엽기도 했다. 옛날보다 덩치도 커지고 배짱이 두둑해졌다. 사람들을 봐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여간해서는 도망치지도 않았다.

나라 경제가 발전하여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지니 참새들도 호사를 누리는 것 같다. 옛날 참새들은 사람들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혼비백산했다. 항상 놀라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그래서 참새가슴이란 말도 생겼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여물어가는 곡식을 참새들이 먼저 시식하고 수확하여 명석에 널어놓은 곡식까지 먹으려고 덤벼대니 미움을 받았다.

벼 이삭이 나올 때쯤이면 논 여기저기에 허수아비를 세워 참새들의 접근을 막았다. 논두렁에 새 막을 짓고 빈 깡통을 달아 흔들면서 ‘우여!우여!‘ 하고 고함을 지르며 새를 쫓았다. 멍석에 널어놓은 곡식을 먹으려고 덤벼드는 참새를 유인하여 덫을 놓아 잡기도 했다.

그 시절 참새들은 많은 수난을 당했다. 참새들은 초가집 지붕에 집을 짓고 살면서 봄이면 알을 낳고 새끼를 깐다. 짓궂은 아이들은 사다리를 놓고 지붕에 올라가 새알을 꺼내고 새끼들을 잡았다. 잡은 새끼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가을이면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어 경쟁적으로 새를 잡았다. 특별한 놀이가 없던 시절이라 새총으로 새를 잡는 것은 재미난 놀이였다. 새총으로 새를 잡는 쾌감은 요즘 사냥총으로 꿩을 잡는 것보다 훨씬 스릴도 있고 재미가 좋았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남자 어린이들은 대부분 호주머니에 새총을 가지고 다니며 새만 보면 잡으려 하니 참새들은 사람들만 나타나면 도망가기에 바빴다.

참새 잡이는 어린이들만의 놀이가 아니었다. 어른들도 겨울밤이면 새를 잡는 통발을 만들어 초가지붕에 집 짓고 사는 참새를 잡아 술안주를 했다. 어른들을 참새 잡이에 가담하게 한 것은 참새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참새가 암소 등에 올라 네 고기 열 점하고 내 고기 한 점하고 안 바꾼다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소고기 열 점보다 참새고기 한 점이 낫다고 하니 참새들을 그냥 놔둘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아예 전문적으로 그물망을 만들어 새를 잡았다. 한겨울 도회지의 포장마차에서는 참새 머리까지 통째로 바삭하게 구어 술안주로 팔았다.

참새구이 파는 포장마차는 골목마다 있었다. 값도 비싸지 않아 서민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주객이라면 눈 오는 날 참새구이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 안주에 술잔을 기울이던 추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눈 내리는 겨울 골목길을 걷다가 붕어빵이나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 주변을 지날 때면 속절없이 옛날의 추억이 떠올라 남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는 아파트 평수와 정비례한다는 말이 맞는 말인 성싶다.

이제 경제가 발전하여 농민들도 참새들이 벼알 몇 톨 쪼아 먹는 것 정도는 탓하지 않는다. 어린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원에도 가야 하고 장난감도 많아 고무총 들고 참새 쫓아다닐 시간이 없다. 술안주도 참새고기보다 푸짐하고 맛있는 것들이 많으니 어른들도 참새를 잡으려 들지 않는다. 나라 경제가 발전하니 사람들의 삶도 좋아졌지만 참새들도 우리나라가 천국일 것이다.

참새야. 우리나라 경제가 계속 발전하도록 기도해라.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언제 잡아먹으려 들지 모르니 말이다. 고무줄 새총을 들고 참새를 잡으러 다니던 시절이 그립다.

최기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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