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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소비자 관점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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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소비자 관점에서도…
  • 전민일보
  • 승인 2021.09.0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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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거실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아내로부터 연락이 와, 에어컨 수리업체 5-6 군데에 전화했더니, 기계 결함이면 고칠 수 없고, 에어컨 설치도 모두 예약이 밀려 있어 1주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어느 친절한 수리업체가 에어컨 메이커 서비스센타에 전화헤보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거기도 서비스 접수가 많아 15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최근 장마 후 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들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밤에는 열대야현상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가 안 된다니 나와 아내는 무척 난감했다.

그래서 에어컨 메이커에 다니는 후배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몇 년 전까지는 메이커가 수리업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거나 비정규직 사원을 통해 빠른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자체서비스로 돌렸기 때문에, 특히 성수기 서비스 품질지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설명해줬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서비스센타에 전화해서, 8월 5일에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인터넷을 검색하여, 센서 고장일 수 있으니 전원을 껐다 켜보라는 정보를 얻어, 지금은 언제 또 멈출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다.

금번 에어컨 서비스 지연 사태를 통해, 정부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정규직전환을 시도하면서 기업에는 그렇게 강압적으로 정규직전환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기업이 정규직전환을 핑계 삼아 기업의 이익만 챙기고 소비자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김영란법이 발효될 때, 주 대상이 공무원이었는데도 기업이 앞다퉈 각종 선물을 5만 원이하로 낮춰 기업 자신들의 이익만 챙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규직 전환 같은 국가 정책이 초기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점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퍼져나가는 게 순리인데, 공공기관이 대상인 초기단계인데도 기업이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곧바로 적용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정규직전환은 사회 여러 곳에서 앞으로 꼭 지켜져야 하는 정책이지만, 에어컨 같이 최소한 계절 아이템에서는 한시적으로라도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를 통한 서비스가 부활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같은 상시 아이템의 경우, 정규직전환을 해도 협력업체를 두어 소비자가 불편 없게 서비스를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의 선거를 살펴보면, 후보나 정당의 주요 공약에 언제나 정규직전환 공약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지금도 시민단체나 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정규직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전환을 요구하거나 검토할 때, 금번 에어컨 서비스 지연 사태 같은 경우를 염두에 두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20 여년 전 모 기업에 다닐 때는 택배 물량이 넘치는 명절 전 한 주간은 관리직 직원도 동원되어 택배 배달을 도와 주었다. 그런데 우리집 거실에 있는 에어컨 메이커는 관리직 직원도 동원되지 않았고, 예비인력도 없었다.

국가도 전쟁을 대비하여 예비군을 두고 있듯이, 기업도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예비인력을 확보해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계절 아이템을 만드는 기업도 상시 아이템을 만드는 기업처럼 ‘24시간 내 배달’ 및 ‘5시간 내 서비스 출동’ 같은 구호를 내세우고, 성수기에 서비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계절 아이템일지라도 단지 제품 성능만 홍보하고, 서비스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는 홍보를 계속 한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소비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올 여름 에어컨 서비스가 지연되어 10일 이상 에어컨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의 고통을 국가나 기업이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정규직전환 문제를 다룰 때, 기업이나 근로자 관점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소비자관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김삼기 시인,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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