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생명의 기운이 넘실대는 계절이 돌아왔다. 예년 같았으면 산과 들의 캠핑장에서 나무그늘 아래 바비큐를 구워먹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을 텐데, 집안에서만 지내고 있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부터 맛이 고소하고 저렴한 돼지고기를 많이 선호해 왔다. 2018년 1인당 육류 소비량 53.9kg 중에 절반인 27kg을 돼지고기로 소비했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으로 인해 잠시 소비가 위축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 정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돼지고기가 대표적인 면역력 강화 식품으로 꼽히면서 소비가 다시 늘고 있는 추세이다.
돼지고기에는 신체의 면역발달에 필요한 양질의 영양성분들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특히 비타민 B1과 아연, 셀레늄의 함량이 높아 종합면역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살펴보면 돼지고기 부위별로 이들 성분 함량을 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집에서 구워먹는 부위인 삼겹살이나 목심의 경우 생고기 100g당 비타민 B1이 0.489mg과 0.66mg, 아연 1.7mg과 2.46mg, 셀레늄이 14.06ug과 18.51ug씩 고르게 함유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면역발달 성분들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 부위들도 있는데, 예를 들면, 비타민 B1은 뒷다리의 볼기살에 0.972mg, 아연은 앞다리의 앞사태살에서 3.6mg, 셀레늄은 등심에 24.7ug 함유되어 있어 모든 부위 중에서 가장 높았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해 실시한 돼지고기 소비 조사 결과를 보면 주 1회 이상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응답한 가정이 80%로 2013년의 73.9%에서 6.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 구이가 가장 많고 불고기나 주물럭, 수육이나 보쌈, 조림이나 볶음 순으로 응답했으며, 가족 또는 직장동료와의 외식을 통해 돼지고기를 먹을 경우에도 가정에서와 비슷하게 구이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110kg 돼지 한 마리에서 생산되는 부위별 고기의 양을 살펴보면 구이용 부위는 삼겹살 15.83kg, 목심 5.88kg으로 총 21.71kg, 등심, 안심, 앞다리, 뒷다리 등 나머지 부위는 총 52.39kg이 생산된다.
그러나 구이 위주의 소비문화로 인해 구이용 부위인 삼겹살과 목심의 소비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체 양보다 많아서 2018년 기준으로 해외에서 23만 톤 이상을 수입해 자급률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밖의 부위들은 신선육 형태로의 수요가 적어 주로 육가공제품을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햄과 소시지 등의 소비가 많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재고로 쌓이는 실정이다.
돼지고기의 균형 소비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은 저지방 부위 중에서도 구이 요리에 적합한 부위를 선발해 알리고, 저지방 부위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을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다.
앞다리 소비가 일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이 바뀌지는 않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 관점에서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여 낮아지는 자급률을 반등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할 시점이다.
코로나19로 외식이 줄고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입 돼지고기 소비량은 줄고 한돈소비량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늘은 퇴근할 때 돼지고기 뒷다리 부위를 사서 가족과 함께 두루치기나 짜글이로 저녁식사를 하면 어떨까?
김진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