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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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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설움
  • 전민일보
  • 승인 2021.06.1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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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설움은 바둑을 두다 보면 실감 난다.

집이 없으면 결국에는 집 있는 말에게 잡혀 먹힌다. 유가무가 불상전이라 한다.

집 없는 말하고 집 있는 말은 싸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집 없는 말을 미생마라 한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미생마들은 항상 불안하다.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분쟁은 어떤 경우에도 항상 임대인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 모시고 농촌에서 농사짓고 살 때는 불편하지 않게 살았다. 직장 따라 이사를 하면서부터 셋방살이 애환은 시작되었다.

겨울이면 세 들어 사는 방이 추워서 마시다 남긴 숭늉이 윗목에서 꽁꽁 얼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싶어도 집주인이 일어나길 기다려야 했다.

집주인이 아침이면 우물물을 집주인보다 먼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애들이 주인집 애들과 싸울 땐 난감했다.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온 가족이 사경을 헤맨 적도 있다. 그래도 집주인에게 말한마디 못하고 살았다. 우리 또래들은 대부분 비슷한 애환을 겪으며 살았다.

아는 선배 한 분은 아이들이 다섯 명으로 많았는데 세 방을 얻으러 가서 애들 수를 물어봐 세명이라고 대답하고 이사를 할 때는 큰애들 둘은 외가에 맡겨 두었다가 일주일 간격으로 하나씩 데려갔다고 한다.

나중에 아이들 수가 늘어나자 따져 물어 처음에는 조카들이 놀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으나 결국 주인집 아저씨에게 술을 대접하며 통사정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간혹 추억거리로 마음 편하게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게 큰 시련이었다.

셋방살이 13년간 열 번을 이사했다. 너무 자주 이사를 다니다 보니 귀찮다는 생각도 들지만 창피하기도 했다. 전세방을 전전하다 마흔 살이 되어서 22평 연립주택을 샀다. 우리 부부의 힘으로 집을 마련하여 이사하던 날은 정말 기뻤다. 부모님도 모시고 직장 동료들과 친한 친구들을 초청하여 집들이도 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모두 갖춘 뒤 결혼을 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추어 출발하면 좋겠지만 부부가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이루는 것도 괜찮다.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 삶이 더 보람되고 행복지수도 높다.

서울 강남 특수지역의 전 월세 문제가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들의 관심사 인양 보수 언론에서 부추기고 야당의 공격으로 정부가 곤혹을 치르는 것 같다.

대안 제시는 하지 않고 오직 정부 정책에 흠집내기만을 위해 연일 특집으로 보도한다.

이런 식의 무책임한 보도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일반국민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가까스로 임대차 3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아파트 값이 진정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가진 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은 계속될 것이다.

명심보감 한 구절이 생각난다.

대하 천간 야와 팔 척(大廈千間夜臥八尺) 양전 만경 일식 이승(良田萬頃日食二升)

아무리 큰 집에 살아도 밤에 잠잘 때는 여덟 자 방이면 족하고 좋은 전답을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있어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최기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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