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3 15:18 (화)
슬로시티 “증도”
상태바
슬로시티 “증도”
  • 전민일보
  • 승인 2008.12.08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비가 오락가락하는 잔뜩 찌푸린 아침.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신안군에 있는 “증도”라는 섬을 향해 떠났다.
 그저 번거로운 일상을 떠나 한적한 섬마을에서 내 안의 묵은 때를 벗고 고요 속에 나를 맡겨보고 싶은 생각이다.
 사옥도 지신개 선착장에서 차량을 싣고 증도 버지 선착장까지 배로 15분 정도 타고가 내리니 맵찬 바람이 반겨한다.
 옷깃을 여미며 차에 올라 소금박물관과 태양광발전소를 지나 시간조차 쉬어간다는 꿈의 휴양지 “엘도라도 리조트”에 짐을 풀고 해저유물비가 세워진 낙조전망대로 향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동안 한 발짝을 헛디디면 몸뚱이의 행방은 별 게 아니라는 바다의 암시와 하늘의 위협이 만만치 않았다.
 전망대에 도착하자 사정없이 바위 계곡 밑으로 밀어버릴 것 같은 기세로 불어대는 세찬 바람의 위용 앞에서 욕구불만에 휘둘려 헛되게 살고 있는 자신을 질책하는 계시처럼 받아들였다.
 저녁 식사 후 세상이 온통 고요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에는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걸 나름대로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업무가 바뀌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근무 조건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다.
 왼 종일 컴퓨터로 민원처리를 하다 보니 목과 손이 저려오고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 파라핀 물리치료기를 준비했다.
 늦은 밤까지 치료를 하다보면 일상적인 너무 일상적인 것들이 그리워져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30여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에피소드도 많았다.
 철부지 시절엔 자신이 하는 일에 프로의식이 투철한 믿음직하고 용감한 일꾼이었으며, 무슨 일을 맡겨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이들이 가질 수 없는 넉넉함과 힘은 지니고 있지만 맘과 달리 몸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
 자기 삶을 선택할 줄도 알고 여유로운 인생을 이야기할 줄도 아는 중년의 끈기를 지니고 진정한 동료애와 단결이 무엇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나 그 대가로 직업병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힘들어 할 때에 상사들은 가렵기 전에 긁어 주는 신세대의 신부와 같은 관리 방침을 갖고 부정적인 시각의 관념에서 벗어나 좀 더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룻밤 자고나니 어제가 꿈결인 듯 바람도 파도도 잠잠하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짱뚱어가 뛰어노는 갯벌 위로 놓여 진 길이 475m의 짱뚱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잔잔한 물살처럼 시나브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기쁨이 새록새록 쌓였다.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일터로 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던 증도가 거기 있어 나의 삶이 즐거울 수 있었으니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냥 행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