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회학자인 마스다 히로야가 펴낸 책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인 ‘지방소멸’이 우리의 목끝까지 다가오는데 걸린 시간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30년 안에 일본의 869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마스다 보고서’를 집대성한 이 책은 출간 당시였던 2015년 일본과 한국 모두를 전율시켰다.
젊은 세대가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과, 경제적 불안함에 뒤따르는 출산율의 저조함은 나라의 패망으로 연결된다는 논리가 한국에 들어맞는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일본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더 비극적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세계 최하위 출산율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으며, 초고령화 속도는 반대로 세계 1~2위를 앞다투고 있다.
이 같은 인구변화로 인해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부산, 대구 등 대도시도 소멸위기에서 안전지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 시군구의 절반은 30년 뒤 사라질 수 있는 소멸위기에 놓였다. 그 중 92%는 비수도권, 바로 지방이다.
1960년대만 해도 전체 인구의 20%만이 수도권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절반을 넘긴 상황이다. 국토의 10% 남짓 되는 공간에 국민의 절반이 ‘초과밀 상태’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몰리니 경제력도 몰렸다. 우리나라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은 수도권 몫이다. 살만 한 요소는 사람이 모인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다 보니 비수도권의 열악함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비수도권 중에서도 전북을 비롯한 전남, 경북, 충북, 강원 등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지역 내 생산동력이 적고 그로 인해 청년층의 순유출이 급격히 진행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대로 소멸로 향하는 급행열차에 올라탈 수는 없다. 지방은 국가를 지탱하는 실핏줄로서 지방소멸은 결국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당은 늦긴 했지만 이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지방소멸 TF팀을 구성하는 등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역소멸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는 지역은 서로 손을 잡고 초광역화, 메가시티, 그리고 압축도시 등의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력해 나가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인구소멸지역을 살리기 위한 법안 발의나 정부정책 수립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반환점까진 오지 않았다.
지방에 사는 청년도, 어르신들도, 아이도 수도권 사람들처럼 균등한 기회와 적절한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거기에 지자체의 노력과 정부의 뒷받침, 그리고 시민인식의 전환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릴 때 지방소멸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희미해질 것이다.
홍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