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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에게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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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에게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 전민일보
  • 승인 2021.02.04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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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하얀 소의 해가 힘차게 밝았다.

전통적으로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여겨진다. 흰 소의 의미처럼 상서로운 기운으로 감정노동자에게도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콜센터나 텔레마케터로부터 전화를 받곤 한다. 내 휴대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서 이렇게 전화하는 걸까 짜증이 나면서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끊기도 한다.

한편 그분들은 하루종일 전화로 아쉬운 소리하면서 마케팅하느라 얼마나 힘들까 하는 동조의 마음이 들어 건성건성 듣다가 ‘지금 운전중입니다.’내지는 ‘회의중이네요.’라는 말로 전화를 끊기도 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의 은행 창구에서는 아침부터 고객 응대를 위한 C/S 연습을 하고, 어떻게 하면 밝은 표정으로 고객을 대할까 안면근육도 풀어 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에 나올 때는 간, 쓸개 다 빼고 나와야 한다.’소리를 입사 할 때부터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 치우고 싶은 생각을 안 해 본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오늘도 창구에선 큰 소리가 터진다.

사람이 이렇게 밀려 있는데 내 거는 언제 처리해 줄 것이냐! 지점장 나오라고 해! 너 이름이 뭐야? 등 반말은 다반사다.

점심 시간 3교대로 겨우 30분 밥숟갈 놓자마자 이 닦고 창구에 앉곤 하는데 직원들 다 어디 가고 빨리 처리해 주지 않는다는 아우성도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업무 처리의 요구와 금전적 손해배상을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엔 이른바 진상 고객 달래느라 정작 조용히 자기 순서를 기다린 고객의 업무 처리가 늦어지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교통사고 나면 큰 소리부터 쳐야 이긴다고 하듯이 언제 어디서든 큰 소리부터 치고 봐야 내가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보인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가 발전하여 소비자의 권리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소비자로서 갖춰야 할 예절도 이제는 생각했으면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감정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자기 본연의 일 하기도 힘든데 고객의 눈치 보며, 갖은 수모와 홀대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의 심정을 한 번 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이른바 ‘블랙컨슈머’에 대한 대응은 감독 기관에서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원이 생겼다 하면 실적에서 차감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지배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민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민원인에게 있는지 피민원인에게 있는지의 시시비비는 가려서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본다. 손님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피지배적인 응대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당한 절차에 의한 업무 처리를 존중할 줄 알고 노동자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생각할 줄 아는 현명한 고객이 이 사회의 진정한 고객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영화관에 갔는데 ‘이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고객님의 형제, 자매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된 것을 보았다.

한국 사회의 감정노동자 천만인 시대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막말 욕지거리는 안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순간 감정 노동을 하고 있는 나도 그 누군가에겐 갑질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텔레마케터의 쉼 없는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 주고 수고한단 말 한마디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새해에는 모든 감정노동자들을 내 가족·이웃이라 생각하고 이해와 공감으로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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