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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과 동물복지!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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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과 동물복지! 그리고 미래
  • 전민일보
  • 승인 2020.12.17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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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사람들이 물소를 사냥하는 모습의 동굴벽화 한 점이 발견됐다. 연구 결과, 4만 39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벽화로 밝혀졌다.

그리고 기원전 6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그리스 벽화에는 동물의 젖을 짜는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동안 인간과 동물을 주제로 한 많은 벽화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인류의 삶에 동물이 매우 중요한 식량 조달의 수단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가축을 이용해 식량과 가죽을 얻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물건을 나르는 용도로 혹은 전쟁의 도구로도 이용하였다.

이후 산업과 문명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축산물이 필요해 졌으며 보다 빨리, 보다 많이, 보다 값싸게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해 내기 위해 경주(傾注)한 결과 현대의 규모화 된 축산업이 탄생하였다.

이러한 축산업 형태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경제성장과 더불어 폭발적인 동물성 단백질 수요에 부응함으로써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가 발전하고 인식이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축산물의 생산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가축의 동물복지까지도 축산물 구매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돌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기본적 도덕성에 의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축산에서의 동물복지는 항상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데 그 이유는 ‘가축 생산을 통한 이윤 창출’이라는 축산의 기능성 때문이다. 이러한 축산의 기능성이 ‘동물의 고통을 배려’하자는 동물복지의 기본개념과의 충돌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것과 축산물생산을 위해 가축을 사육하는 것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며 동물복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엄연한 차이가 있음을 간과(看過)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동물성 단백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동물복지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축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유럽에서는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적 차이를 인지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논란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였으며 일정부분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그 결과, 축산업을 부정하지 않으나 사육에서 도축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거쳐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주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가축(농장동물)에 있어서의 동물복지인 것이다.

최근 들어 국제적인 흐름과 사회인식의 변화에 따라 축산물의 안전성을 높이고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을 위해 가축 사육 기준을 강화하는 등 동물복지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요즘의 소비자들은 보다 안전성이 높은 고품질 농산품을 원하며 윤리적인 소비(Ethical consumption)에도 관심이 많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은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사실 지금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동물복지는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요구하는 필수 요건이 되어 버렸다.

지금 당장은 동물복지가 축산의 족쇄로 여겨질 수 있으나, 규모의 경쟁에서 벗어나 고품질 축산물을 생산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활로(活路)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늘 촉각을 세워야 한다. 한 때 세계 굴지의 기업이었던 코닥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뒤처져 간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축산업은 잘 견뎌내고 성장해 왔다. 동물복지도 하나의 성장통으로 이겨내고 실현함으로써 축산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계기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훈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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