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소비 경향에서 특징적인 점을 꼽으라면 ‘나’에게 집중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주체가 된 다양한 경제활동을 뜻하는 ‘미코노미(Me+Economy)’,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를 지칭하는‘나심비’와 같은 신조어의 등장이 이를 증명한다.
주관적 취향과 스스로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의 증가는 산업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인 가공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가공식품의 경우 기존에는 규격에 맞춰 대량 생산된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제품 일색이었지만 현재에는 같은 상품이라도 맛, 포장형태, 기능성 등을 달리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 제품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농·특산물의 판로확대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가공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농업인이 주축이 된 농업경영체는 기능성, 건강, 간편, 안전 등 소비자의 관심도에 맞춘 다양한 가공상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 경우 군산 미식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인 짬뽕에서 착안해 지역 특산품인 찰보리를 활용한 짬뽕라면을 올해 1월에 출시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식품인 라면과 지역 이미지를 결합시킨 덕분에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 가평에 위치한 농업경영체는 허브의 한 종류인 바질과 가평 특산품 잣 등을 넣어 저염 한국식 페스토(파스타 요리에 활용되는 이탈리아 소스)를 개발해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는 농산물의 저장·유통 등을 목적으로 단순 가공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이 나오면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를 그대로 따라 농식품 가공·창업을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창조와 발전 없이 모방하는 것은 스스로 레드오션에 진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차별성 없는 유사한 제품이 계속 만들어지면 동종 시장 내 경쟁을 심화시키고, 안정적 가격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기획하는 단계부터 주 고객층의 소비경향 파악은 물론 시장분석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일한 농산물을 원료로 가공품을 만들더라도 가공방식을 달리하면 식감이나 섭취방법을 다양화 할 수 있어 상품 구성이 확대되고 다양한 기호도 충족할 수 있다.
그리고 가치소비를 하는 20~30대, 1~2인 가구라는 구체적인 소비자층을 겨냥해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제품을 소포장하는 것은 물론 특정기간에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된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색있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으로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과 소득증대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개발된 가공제품의 홍보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농가형 가공상품 마케팅 기술지원 사업’과 지역의 특화작목을 기반으로 연구·개발 기술과 융합하여 지역의 새로운 상품을 개발·육성하는 ‘특산자원 융복합 기술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농가형 가공상품 마케팅 기술 지원 사업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농업경영체 248곳은 평균적으로 매출이 전년대비 18.8% 상승하고, 58억 이상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 기준은 가격보다 심리적 만족감이다.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제품이라면 가격에 관계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지역과 농업인이 생산한 농식품도 이러한 소비변화에 맞춰 다름을 갖춘 상품을 개발하고, 변화하는 환경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한다면 우리 농업·농촌의 재도약과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명숙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