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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과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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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과 재벌개혁
  • 전민일보
  • 승인 2020.10.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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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은 실패, 「혁신경제」는 무개념, 「공정경제」는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정경제는 쉽게 말하면 재벌개혁이다. 그동안 재벌 중심으로 운용되어온 한국경제의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 자는 것이다.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 것은,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행한 정책 집행에는 진전이 있 었으나, 제도 자체의 개선에는 성과가 미흡했다는 뜻이다.

제도개선의 일환으로 최근 「공정경제 3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여당이 지지하고 야당대표도 지지 하고 있으나, 재벌들은 반대하고 있다. 가장 핵심인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만 필자의 생각을 얘기해본다.

첫째 이슈는 「감사분리선출」이다. 이사들을 선출할 때 감사위원 1인이상을 별도의 시스템으로 선출 하되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여 대주주로부터 독립된 감사위원이 한명이라도 선출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대주주의 일탈을 막는 규율일 뿐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권 제약은 아니다.

감사의 기능은 중요하다. 그동안 내부 견제장치가 미비해서 무리한 경영과 잘못된 회계로 부실화된 기업들이 많았다. 이사들을 선출할 때 소액주주들이 표를 몰아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선출하거나 원치 않는 이사가 선출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기업들이 정관으로 적용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감사위원 한 사람을 분리선출하도록 하는 것은 이사선출에서 집중투표제를 적 용하고 있지 않은 기업의 대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이슈는 기업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모기업의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다. 재벌총수일가가 대기업 자회사를 활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모기 업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막자는 취지의 제도다.

소송에 이기면 모기업에 이익이 가고, 지면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여서 소송이 남발될 여지는 적다고 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제도들이 대기업 보다 중견기업들에 더 제약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재벌그룹에 속해 있지 않은 중견기업들은 한국경제의 희망이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데 일부 중견기업들은 잘못된 재벌 관행을 따라하려 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들이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건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재벌개혁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기능적인 면에서 보면 재벌은 투자를 결정하는 자산 운용시스템이다. 경영은 대기업 임원들이 하지만 큰 전략적 투자는 재벌총수가 해왔다.

그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재벌체제는 큰 기여를 하였다. 한정된 자본을 집중해서 투자하고 성공할 때까지 밀고 나간 저력 이 경제성장의 밑받침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창업주가 아닌 재벌 3세, 4세로 가면서 이들이 계속해서 한국경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사업들에 대해 투자 결정을 하는게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

필자는 재벌가문들이 소수 지분으로 수많은 대기업들의 경영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17대국회에서 순환출자금지를 발의했었다. 그때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순환출자는 거의 해소되었다. 그러나 재벌가문들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이들은 지배력에 상응하는 주식을 소유한 것도 아니고, 투표에 의해 선출된 것도 아니다. 그 동안 형성된 제도와 관행에 기대어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5대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방만하게 커졌기 대문이다. 재벌인 삼성그룹을 해체한다고 해서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을 상호관련성이 있는 몇개의 전문그룹으로 쪼개면 더 효율적이 될 것이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재벌개혁은 기술과 산업의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재벌에 의해 이루어지는 혁신을 주로 보아왔기 때문에 재벌 때문에 이루어 지지 못한 혁신에는 생각이 잘 미치지 못한다.

공정경제 3법은 재벌개혁의 출발도 끝도 아니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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