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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조금만 관대하게 보길 바라는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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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조금만 관대하게 보길 바라는 상념
  • 전민일보
  • 승인 2020.10.1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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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것 같지만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사람, 적잖은 사람들이 정의하는 도널드 트럼프 모습이다. 곤혹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때로 놀랍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순발력을 보노라면 앞의 수사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는 분명 특별한 인물이다.

억지와 강변을 상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그가 속한 나라가 가진 힘은 물론 그가 가진 성취와 자신감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든 강자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전한 것은 따로 있다. 그가 성공한 사업가로서만 머물지 않고 지구촌의 리더를 자처하는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이다. 모든 것을 비즈니스로 보는 그에겐 동맹도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자국 군대를 용병으로 만드는데도 거침이 없다. 부자인 대한민국이 왜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느냐는 그의 강변이 한 편으론 뿌듯하다.

세계 제국 미국이 이제 한국에 손을 벌리는 구나. 미국도 황혼인가.

미국은 그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창조된 신세계였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그가 본 신생 미국에 대한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 더 큰 희망의 이유들이나 더욱 훌륭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이 수립한 제도를 비굴하게 답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최선의 정치 체제가 되어줄 것에 대한 명확한 안목을 얻기 위해서 미국을 돌아보도록 하자.”

조지 와싱턴이 국부(國父)의 이념을 형상화했다면 제임스 메디슨은 공화국을 설계한 정교한 통찰과 지혜를 후대와 다른 세계에 유산으로 선물했다.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히 힘자랑을 하며 군림하던 기존 제국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미국이 대통령으로 선택한 트럼프는 미국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와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요구할 만큼 급박해진 미국의 현실은 바로 오늘 미국 국민의 수준이다. 이제 대한민국 얘기다.

트럼프와 비교해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승만은 왜 조지 와싱턴이 될 수 없었던 것일까. 수많은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것은 역동적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자긍심인 동시에 가슴 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선택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민이기 때문이다.

조지 와싱턴대 학사, 하버드 석사 그리고 프린스턴 박사를 불과 5년 만에 성취한 사람이 한학(漢學)에서까지 놀라운 경지에 올랐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마하트마 간디와 넬슨 만델라를 존경한다면서 이승만이 추구한 평화와 외교적 수단을 통한 독립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독립운동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그것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거리로 나간 사람들과 다른 방법으로 이 사회의 변혁에 혼신을 다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조선은 정몽주가 아닌 정도전이 만든 나라였음에도 조선 사대부들은 오로지 정몽주만을 자신들의 종조(宗朝)라 얘기했다. 이보다 더한 모순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조선의 비극은 사림(士林)이 명분과 권력을 독점한 것에서 비롯한다고 얘기한다면 내 독단인가.

한국인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지구상 그 어떤 나라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많이 베풀면서도 끊임없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이 부분에서 도덕적으로 그 어떤 나라가 대한민국보다 우위를 논할지 난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것은 국뽕에 취하라고 하는 마약이 아니다.

이승만의 카리스마는 한국인에 국한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후일 제황적 대통령으로 불렀던 리처드 닉슨조차 그에게는 아들 같은 존재였다. 또한 그가 강대국들과 벌인 한 판 승부는 김정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벼랑 끝 전술이었다.

모택동을 존경한다고? 그렇다면 이승만에 대해선 과연 얼마나 아는가.

어쩌면 이 글로 나는 토착왜구에 독재를 옹호하는 존재로 낙인찍힐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거둘 수 없다. 때로 정의와 불의는 표피적인 가벼움이 그 모습을 모호하게 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을 조금은 관대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다.

사족, 난 이승만을 우상화할 생각이 없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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