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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은 뽕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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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은 뽕짝이다
  • 전민일보
  • 승인 2020.09.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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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시대적 산물이다. 인간의 삶이 문화의 본질이요 생활의 편린들이 문화의 유산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고 활동에 제약을 받아 ‘방콕’의 문화로 특징짓는다.

젊은 층마저 그 왕성한 활동력을 자제해야 하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인간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역량이 있다.

억눌린 나무의 나이테가 촘촘하고 아름답듯 인간도 위기 속에서 찾아낸 문화는 그 어느 시대의 것보다 활기차다. 바깥나들이가 힘든 시절에 갑자기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트롯 열풍이 그것이다.

트롯은 연예가에서조차 뽕짝, 도롯도, 유행가 등으로 하대하며 이단시하던 노래였다. 왜색가요라며 방송금지 대상이던 뽕짝이 이 시대에 다시 살아난 것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첫째 트롯은 경제가 위축되어 삶의 의욕을 잃은 국민에게 우울증을 털어낼 수 있는 활력소 역할을 했다.

둘째 진정한 음질과 가창력을 갖춘 실력파들이 시청자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눈높이를 높여 주었다.

셋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유의 문화를 창조해냈다. 넷째 누구나 타고난 재질을 계발하면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뽕짝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아쉽다. 일본 엔카(演歌)의 전설로 존경받는 고가마사오(古賀政男)는 한국에서 선린상고를 다니며 한국적 음악에 젖은 사람이다. 그가 기타를 엔카에 도입하여 1931년에 작곡한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酒淚溜息)’는 애수의 소야곡과 흐름이나 연주 기법이 똑같다.

이 노래를 1932년 정월에 채규엽이 ‘하세가와이찌로(長谷一郞)’라는 일본명으로 번안하여 음반을 냈는데 이것이 한국 가요는 일본 가요의 모방이라는 멍에가 되었다. 그러나 고가마사오는 물론 일본의 유명 가요평론가조차 한국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구나 엔카의 원류는 3박자의 월츠형이지 뽕짝의 2박자나 4박자가 아니다.

트롯(trot)이 ‘뛰다’ ‘빨리 걷는다’는 뜻이므로 일본의 엔카를 트롯이라 하는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 다만 고가마사오가 사교댄스의 음악인 폭스트롯에서 트롯을 원용하여 일본발음으로 ‘트로트’라 했기에 이 말부터 고쳐야 한다. 트롯의 순수한 우리말은 뽕짝이거나 한 때 사용했던 유행가다.

이 용어가 어색하면 새로운 용어를 창안해야 한다. 독립운동가, 6·25 전쟁의 폐해, 분단시대의 아픔을 담아낸 것은 베토벤, 모차르트의 곡이 아니라 ‘굳세어라 금순아’와 같은 뽕짝이었다.

우리의 궁상각치우는 모르고 일본의 오음계만 알기에 ‘동백아가씨’를 비롯한 숱한 노래가 왜색이라며 방송금지를 당했다. 그들 스스로 우리 전통가요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는데도 아직 그들의 용어인 ‘트로트’라 하며 우리의 ‘뽕짝’을 회피한다. 고가마사오의 ‘酒淚溜息’은 전수린이 작곡하여 먼저 발표한 ‘고요한 원정(怨情)’을 표절한 작품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한국에서 같이 활동한 박시춘의 ‘애수의 소야곡’과 비교하여 들으면 그 관계성을 정확히 드러난다. 결국 일본의 엔카는 한국 뽕짝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트롯은 뽕짝이다.

강기옥 시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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