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부안인 김모(48)씨는 지난 주말로 미뤄뒀던 벌초계획을 취소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재 확산 조짐을 보이며 벌초 대행서비스 이용 등 이동 제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년 추석을 앞두고 3~4주 전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직접 벌초를 다녀왔지만 아버님께서 한사코 만류를 하신다”며 “아버님도 이제 연로하시고 해서 올해는 벌초 대행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진안이 고향인 송모(42)씨도 “이번에는 고향에 계신 먼 친척에게 수고비를 드리고 벌초를 맡길 생각”이라며 “아버님께서 서운해 하시기는 하지만 올해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시대를 맞아 고유의 미풍양속인 벌초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벌초 대행서비스가 급증하고 있고 벌초 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소모임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실제 13일 산림조합 전북본부에 따르면 11일 기준 도내 산림조합에 접수된 벌초대행 신청은 4090기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평균인 3600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북 의용소방대에서 추진하는 무료 벌초대행도 접수 첫날 하루에만 22건이 접수됐고 문의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산림조합 전북본부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벌초대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행 신청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추석이 2주 이상 남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 벌초대행 신청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벌초대행 증가와 함께 벌초를 핑계로 친척들이 모여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던 문화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수도권을 비롯한 각지 친인척들과 함께 벌초를 한다는 정모(47)씨.
정씨는 “다음 주 정도 시골에 내려가 다 같이 점심식사까지 할 생각이었지만 올해는 힘들 것 같다”면서 “혼자 조용히 벌초만 하고 바로 올라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지 만남을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친척들과의 정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