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군 삶의 터전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사흘째 400mm이상 폭우가 쏟아진 남원 금지면.
9일 오후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마을 곳곳에 수마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었다.
농경지들은 여전히 호수인지 분간이 힘들었고 일부 물이 빠진 지역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진흙으로 질척거리는 마을 곳곳은 탁자나 가전제품 등이 쓰레기와 뒤엉켜 나뒹굴고 있었다.
폭우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 350여명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금지면사무소 옆 문화누리센터에는 한숨소리와 탄식만이 세어 나왔다.
구호물품이 도착하고 복구 작업은 시작됐지만 태풍까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재민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일부 주민들은 애타는 마음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번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A씨가 연거푸 진흙을 퍼내 보지만 역부족이다.
A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면서 “급한 마음에 일단 집으로 달려왔지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다시 센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폐허가 된 집 정리에 여념이 없던 이웃 주민 B씨는 “이런 폭우는 처음이다. 갑자기 물이 차오르며 순간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든 것을 두고 몸만 빠져나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남원시 관계자는 “현재 유관단체에서 긴급 복구와 구호활동에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군부대와 적십자 등에도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며 “아직 복구 작업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까지 북상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정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