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13:25 (금)
모전자전, 부부전, 그리고 자식전
상태바
모전자전, 부부전, 그리고 자식전
  • 전민일보
  • 승인 2020.08.0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하나같이 치아가 부실하다.

아내는 치아가 부실한 것이 모전자전, 부부전, 자식전이라고 놀리곤 한다. 어머니와 우리 부부, 두 아들과 손녀의 치아가 모두 부실한 탓이다.

아픈 치아 때문에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의외로 부친의 치아는 돌아가실 때까지 충치 하나 없을 정도로 튼실했다.

나의 치아는 오십 초반까지만 해도 이로 소주병 뚜껑을 따고, 유난히 좋아하는 마른오징어 몇마리를 거뜬하게 씹어 먹을 정도로 튼실했다.

그런데 오십 중반이 되자 치아가 하나, 둘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간단한 치료만으로 견딜 수 있었다.

육십 대 초반부터는 치아들이 주인의 관리소홀에 일제히 반기를 들며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치아가 너무 아리고 전반적으로 흔들려서 아내와 함께 치과를 찾아 갔다. 음주와 유전 때문에 풍치와 치조골이 부실해서 전반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겁박했다.

당장 급한 부분의 치아를 빼내고 잇몸뼈가 부실한 부분의 뼈 이식과 임플란트 수술만 하려해도 무려 1000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게다가 좋아하는 술도 금주령이고 치아의 치료기간도 2년 이상 소요된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치료비도 문제였지만 치료기간이 너무 길고 금주령은 나에게 족쇄보다 더 무거운 형벌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치아관리에 소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아려오는 치아를 2개를 빼내고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했다.

위의 치아를 빼낸 부분이 아물자 드릴로 잇몸에 나사를 박고 망치로 수없이 쳐올렸다.

마치 공장에서 쇠를 갈고 구멍을 뚫어서 기계를 조립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술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음식물을 씹지도 못해서 밥맛도 없고 소화조차 되지 않았다.

더구나 무더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두 개의 치아를 빼내고 뼈 이식과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데 이 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육 개월쯤 지나자 올 초부터 또다시 왼쪽 윗니가 시리고 아파서 치과에 갔다. 의사는 치아 다섯 개와 앞니 두 개까지 치조골이 모두 부실해서 모두 빼내고, 뼈 이식과 함께 임플란트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친지의 소개를 받아서 다른 치과를 찾아갔다.

다행히 치아를 빼내지 않고 부실한 치아의 신경치료와 덧씌우기로 치료를 하자고 제안해서 순순히 응했다.

뼈 이식이나 임플란트 시술보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치료 시간도 불과 두 주일 만에 완료됐다.

그런데 치과를 동행한 아내가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보니 아내의 치아의 상태도 장모처럼 부실한 것 같았다. 알고 봤더니 아내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려고 몇 년 전부터 치아 보험을 들었던 모양이다. 치아관리에 소홀했던 남편보다 선견지명이 있었다.

아내는 치아가 부실한 아들에게도 치아 보험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시골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갔더니 틀니가 오래돼서 식사하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간호사와 상의해서 틀니를 새로이 시술하기로 했다. 하지만 치아가 하나도 없어서 틀니를 새로 맞춰도 큰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치아관리에 소홀한 것도 문제였지만, 두주불사했던 탓에 기억력도 약해지고 온몸에 적신호가 들어온 듯 했다.

예부터 치아는 오복 중에 하나라고 했던 선조들의 명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치아 임플란트 1개 시술과 5개의 덧씌우기를 했다.

아내는 치아치료 때문에 쩔쩔매는 나를 볼 때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고 놀린다.

그런데 아내도 치아치료로 인한 병원 출입이 잦다.

큰아들과 손녀도 치아치료로 고생하고 있다.

아무튼, 어머니와 나, 장모님과 아내, 나와 큰아들, 큰아들과 손녀 모두 치아가 부실한 상태다.

모전, 부부전, 자식전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