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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없는 아이들’ 미혼부 자녀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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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없는 아이들’ 미혼부 자녀는 유령
  • 장세진 기자
  • 승인 2020.08.0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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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 자녀 소송 통해야만 출생신고 가능
부모 따지는 것보다 아이의 기본권이 우선

“미혼부의 자녀는 유령입니까”

미혼부의 자녀는 호적에 등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지난 2015년 ‘사랑이법’ 시행 후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다소 간소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소송을 통해야만 출생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은 절차도 복잡할 뿐더러 걸리는 기간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 소요된다. 

또한 미혼부가 홀로 출생신고를 하려면 관련법상 ‘생모의 이름,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모두를 알 수 없는 경우’여야만 한다. 이 때문에 아이 엄마의 인적사항을 일부라도 알고 있는 경우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부임을 인정받더라도 친모의 협조가 없다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어려운 탓에 지난해 미혼부 출생신고 인용률은 71.6%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에 이들의 자녀는 호적에 등록되기 전까진 의료·복지·교육 등의 권리가 없다. 건강보험은 생후 12개월까지만 적용되는데다, 이들은 학교마저도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도내에는 361명의 미혼부가 451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혼부들은 자녀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북도는 “호적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은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을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혼부·모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 여러 제도들이 있지만 출생신고가 돼 있는 아이들만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혼부는 미혼모에 비해 생소한 인식 탓에 이들을 위한 지원이나 시설 역시 미비한 실정이다.

도에 따르면 미혼모를 위한 시설은 전주와 익산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미혼부 시설은 도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혼부의 자녀들 가운데 이 같이 유령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이 전체의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지자체가 파악조차 못 하고 있어 누구의 손길도 닿지 못하는 상태다.

아이들이 호적조차 등록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지환 미혼부 가정지원협회 대표는 “현재 미혼부의 아이들은 사랑이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사랑이법은 모든 미혼부를 고려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하나의 사례에 대해서만 방법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가 누구인지 따지는 것보다 당장 태어난 아이가 우선”이라며 “법과 제도로 아이들을 차별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 출생신고를 통해 한 사람으로서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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