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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와 히든 피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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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와 히든 피겨스
  • 전민일보
  • 승인 2020.07.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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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最古) 사서는 <삼국사기(三國史記)>다. 만일 이 책이 남아 있지 않다면 한국사에 대한 연구는 어떤 상황일까. 그럼에도 <삼국사기>는 역사적 의미만큼이나 논란도 많다. 신채호(申采浩)를 비롯해 그 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거만이 아니라 오늘날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김부식(金富軾)이다. 물론 김부식 혼자 과업을 수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가 가진 영광에 상응한 책임을 묻고 있다. 어쩌면 김부식은 자신에 대한 여러 비판에 대해 이런 변명을 할지 모른다.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한 비난은 그것을 감당할 만한 성취자에게 주어진 냉혹한 훈장이다.’

거대한 담론은 소소한 일상이 모여 진정한 의미의 바다로 나아간다. <삼국사기>가 더욱 충실한 사료로 남을 수 있었던 필요충분조건은 소소한 일상에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우리 사는 모습 하나 하나가 바로 살아 숨 쉬는 역사다.

2019년 1월 31일 출범한 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 발간편찬위원회는 그 자체로 한국사회의 소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마침내 <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를 탄생시켰다.

1002쪽 분량으로 이뤄진 그 역사는 좁게는 예산군 농촌지도현장이 변화 발전해온 발자취인 동시에 넓게는 이 땅의 농업 농촌이 지나온 발자취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나아갈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다. 그 과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시군 단위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데다가 앞서 나온 자료는 기관에서 추진하는 백서 형식의 자료 취합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식은 효율적이고 소요시간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역사기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폭넓은 의견수렴과 다양하고 치열한 논의가 결여되어 있는 불완전함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 발간은 특별하다. 지난 1년 5개월 동안 초창기 역사를 증언하는 원로 농업인과 전직공무원은 물론 4-H, 농촌지도자회, 생활개선회를 대표하는 민간편찬위원들과 농업기술센터가 참여하는 민관 협치의 편찬위원회가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출발은 농업기술센터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물론 민간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관련 자료의 수집 정리와 관련 자료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치열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은 때로 격렬한 논쟁과 기억의 불일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기도 했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농촌지도사업의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 의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이번 발간 작업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반증하고 있다. 어떤 한 사람의 의견이나 기관의 일방적 기술이 아닌 모든 관련 당사자의 소소하지만 결코 가볍게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자취 하나 하나가 담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번 책자 발간이 가지는 간과할 수 없는 가치는 자칫 유실돼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자료들을 디지털화하고 책자에 수록함으로써 농업 농촌의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양주동 박사는 <고가연구(古歌硏究)>를 통해 향가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우리에게 남겨줬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문학자는 오구라 신페이(小倉眞平)의 업적을 잊지 않는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광은 양주동이 아닌 오구라 신페이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농촌지도사업 관련 역사서는 미래에도 발간될 것이다. 그리고 그 책들은 오늘을 뛰어넘는 수작(秀作)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수작은 <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의 그림자 위에 설 것이다.

<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 발간은 작게는 예산군민의 기쁨이지만 넓게는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역사를 정리한 성취의 발자취다. 그리고 그러한 성취는 몇몇 소수의 수고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민간 편찬위원과 농업기술센터 전 직원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하고 같이한 예산군민 전체가 이뤄낸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예산군농촌지도사업 60년사> 발간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히든 피겨스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소중한 과업을 이룩해낸 진정한 역사의 기록자들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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