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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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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사회적 거리두기
  • 전민일보
  • 승인 2020.07.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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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라면? 부처님이라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신앙인들이 하는 말이다. 절대자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생각하며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문(自問)이다. 일은 시간이 지나면 형편에 맞게 해결되기 마련인데 신앙인은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00님의 자비나 은혜라며 감사한다.

어려움 속에서 더 빛나고 절대자에 대한 추앙도 깊어지기는 것이 신앙이기에 칼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까지 혹평했다.

코로나 정국에서 종교는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가? 종교 단체가 바이러스 전파의 진원지로 지탄받고 있는데 신앙인들은 오히려 초연하다.

일부 식자층이 코로나 영향으로 장차 종교는 쇠퇴하리라고 예견한다. 그러나 이는 로마의 핍박도 이겨내고 세계화를 이는 신앙의 힘을 과한 예언이다. 사회의 눈총을 받는 종교모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현실적으로 ‘세종대왕이라면?’으로 자문해보면 어떨까. 전염병 극복에 대한 선대 왕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광해군 시대에는 온역(溫疫)이 퍼지자 『신찬벽온방』으로 전염병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환자를 상대 할 때 반드시 등지게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시했다.

17세기 소빙하기의 경신대기근(1670~1671)은 역병과 기근으로 인구의 1/5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1750년(영조 26년)에는 1월부터 9월까지 월말통계로 집계한 사망자가 무려 22만 3578명에 달했고, 1786년(정조 10년)에는 ‘호환마마’라 하는 두창(痘瘡)과 홍역이 창궐하여 새로 조성한 무덤이 무려 37만기에 이르렀다.

이에 조정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가 하면 대동법 확대와 빈곤층 구제를 위한 부유층의 세금 증세로 전염병 방지에 최선을 다했다.

그 중 세종대왕이 단행한 전염병 대비책은 오늘날의 세계 정국에 전범이 될 만하다.

1432년 4월에 전염병이 발발하자 세종은 토목공사를 중지하고 구료(救療)에 힘쓰라 했고, 1434년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세종은 친히 처방문을 작성하여 전국에 배부했다.

1437년에는 전염병으로 백성들이 굶주리자 한 성부에 무료급식소인 진제장 열어 1000여 명씩 수용했다. 그런데 집단 수용으로 인해 전염병이 휩쓸어 사망자나 나타났다.

이를 교훈삼아 1444년에는 ‘분산 수용’과 ‘다른 사람과 섞여 살게 하지 마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관리의 철저한 구휼활동을 지시했다.

종교인들의 신앙행위는 사회에 정신적 활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세종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의 정책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와 사스를 경험하고도 코로나 바이러스19와 같은 위난을 당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세종대왕의 지혜를 자문하는 이유다.

종교는 사회에 안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요즈음처럼 불안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밝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실어주는 역할이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다.

맹목적 신념은 무지한 행동을 낳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즈음 사회가 불안할 때 종교의 힘을 의지할 수 있는 상보적 관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강기옥 한국문협 문화유적탐사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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