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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가족사와 냉엄한 분단 현식 속에서 그 화해의 몸짓을 시집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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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가족사와 냉엄한 분단 현식 속에서 그 화해의 몸짓을 시집으로 담았다
  • 이재봉 기자
  • 승인 2020.07.0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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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태 시인 첫 시집 '죄인의 꿈' 발간
한국적 한의 삭임 보여주는 대표적 시집 손색없어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 / 신념 때문인지 사상 때문인지 나는 모릅니다 /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그러나 / 지금 내가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 당신을 선택하겠습니다 / 당신의 꿈을 선택하겠습니다 /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당신은 모르지요'일부) 

이존태 시인

애틋한 가족사와 냉엄한 분단 현실 속에서 그 화해의 몸짓을 한권의 시집으로 담아냈다.

이존태 시인이 첫 시집'죄인의 꿈(신세림출판사)'을 출간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집 '죄인의 꿈'에는 4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인이 네 살 때인 1952년 6·25전쟁 때 당시 스님이던 이 시인의 아버지는 월북했다. 아버지의 월북으로 시인의 가족이 겪어야 했을 고통을 타인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시인의 어린 시절, 가난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그리움이었고, 고독이었다. 식구를 버리고 아버지는 왜 떠났을까. 

연좌제 때문에 말도 못하고 그 긴 세월 끙끙 앓고 살았다. 시인은 민족 앞에 그저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통스런 삶을 보낸 뒤 시인은 이제 아버지를 용서한다. 위 시에서처럼 시인은 아버지처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버지의 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시인은 성장하면서 아버지가 월북하며 가져간 꿈이 ‘민족의 통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족의 고통 역시 민족의 분단에서 비롯된 일임을 이해한 것이다.

시인은 이제 당당히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진실을 알지 못하고 아버지와 민족 앞에 ‘죄인’으로 살았는데, 시인에게 ‘민족통일’은 이제 아버지의 다른 이름이 된 것이다. 

이존태 시인은 2019년에 '동방문학'을 통해 등단했지만, 사실 그는 고교 시절에 ‘포도원’이라는 문학동인으로 활동했고, 고교 3학년 때는 이 시집의 발문을 쓴 강상기 시인과 함께 ‘2인 시화전’을 열 정도로 열정적으로 시창작을 했던 문학도였다. 

김광원 시인은 “시집 '죄인의 꿈'은 한국적 한(恨)의 삭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시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어린 시절 개인의 아픔과 가족사의 고통이 곧 민족의 아픔으로 확산되고 동일시되어, 이제 오로지 ‘민족통일’이라는 화두 하나로 집약되는 이 시집은 한 개인의 시집이라기보다는 민족 앞에 바치는 ‘헌시’의 성격을 띤다.”며 이 시집이 지니는 문학사적, 민족사적 가치를 밝혔다.

“내 남은 모든 것 / 자유를 잃는다 할지라도 // 세상 모든 소방수가 다 나와 / 나의 진로를 막을지라도 / 이 땅 권력자가 나설지라도 / 나는 불덩이가 되어 / 멈추어 설 수 없구나”('산불' 일부)

“통일은 세상에 우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 아직 알지 못하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 다만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다는 것 / 생각과 마음이 달라 얼굴 붉히고 큰 소리를 내더라도 / 만날 수 있는 그것이 통일이다”('만남이 통일이다' 일부)

특히 위 두 작품에서 통일을 향하는 시인의 열망이 어떠한가를 느끼게 한다. 민족의 통일은 대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임을 시인은 강조한다.

또한 한의 미학적, 윤리적 승화를 이 시집의 중심적 미덕으로 정리하면, 이 시집은 전통성의 흐름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이존태 시인은 자신이 지나온 삶을 다듬어서 일련의 시편으로 만들었고, 이를 기꺼이 통일의 밑거름으로 내놓았다. 

이 시인에게 시련을 극복하며 일어서고 있는 ‘조국’은 그의 ‘어머니’가 되었고, ‘민족통일’은 그의 ‘아버지’가 된 셈이다.

완주 삼례'정해사'에서 출생한 이존태 시인은 원광고와 전주교대, 원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초등.중등교사로 40여년 동안 후학을 양성했다. 전주완산중.완산여고 교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 전주예벗교회 원로장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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