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의 많은 이미지 중 소신이 너무 강하다보니 독선이 부각되는 부분이 강하다. 김 교육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아집과 독선이다.
지난 2일 김 교육감이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고 송경진 교사 사건과 관련한 발언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다. 김 교육감 스스로도 ‘왜 이리 매정하냐고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당초 예상보다 발언 수위가 너무 나갔다.
성추행 누명을 쓴 순직교사에 대한 사과 대신 적극적인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하물며 잔혹한 범죄의 피의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이 종결되는데, 이미 유명을 달리한 고 송경진 교사 유족의 아픔을 보듬어주지 못할망정,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느냐는 힐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사혁신처도 송 교사의 사건에 대해 1심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엇이 급했는지 김 교육감은 항소에 참여해 전북교육청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겠다며 끝까지 순직인정과 유족 사과는 외면했다.
감성보다는 이성과 사실을 더 중요시하는 헌법학자인 김 교육감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적인 아픔과 법리적인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는 김 교육감의 발언은 총론에서 충분히 공감할수도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감성측면에서 동의할 수 없다.
김 교육감이 취임 10주년 기자회견 석상에서 한 발언들을 뒤집어본다면 유족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준 결과가 됐다. 실체적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역설적으로 성추행 누명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허나,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마감했다. 자살을 결심하며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송 교사의 심정과 그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살아남은 자(유족)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도 부족 했다. 살아남은 자들이 모두 강한자가 아니기에 충격적이다.
유족들에게 실체적 진실을 운운한다면 그들이 느껴야 할 분노와 슬픔에 대한 공감부족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30년간 쌓아온 교육자의 명예도 실추됐고, 자랑스러운 아버지, 사랑스러운 남편을 잃은 유족에게 왜 두 번 상처를 안겨주는 방법을 택했을까. 표현을 달리 할 수 없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교사의 죽음 앞에서 교육감으로써 실체적 진실과 항소 등을 운운하기에 앞서 최소한 도의적인 마음의 아픔을 공유하는 작은 표현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김 교육감은 지난 1일 직원들과 소통시간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를 소개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10주년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김 교육감의 발언에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중요성 보다 누구의 시각에서 중요한지 모를 실체적 진실규명만이 강조된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