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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 먹으면 다행” 택배기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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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 먹으면 다행” 택배기사의 하루
  • 장세진 기자
  • 승인 2020.06.1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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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서져도 쉬지 못합니다”

15일 이른 아침 전주 A 택배업체의 완산물류터미널.
김정근(가명)씨는 서늘한 아침 날씨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김씨는 보통 오전 6시 40분에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김씨와 다른 택배기사들은 물류를 정리해 차에 싣고 배송을 준비하는 이른바 ‘까대기’작업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작업장은 물류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외벽조차 없이 기둥에 지붕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여름에는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겨울에는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작업을 해야 한다. 바로 옆 흙바닥에서는 흙먼지가 뿌옇게 날아와 숨을 쉬기 힘든데다 흙이 자꾸 눈에 들어가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안으로 들어가 ‘까대기’를 비롯한 이후 작업을 직접 체험해봤다. 일일이 바코드를 찍고 무거운 짐을 들어 차량에 정리하니 몇 분 만에 허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작업은 5분의 쉬는 시간도 없이 정오까지 계속됐다. 배송 준비를 겨우 끝내고 쉬려는 찰나, 점심도 먹지 못한 채 곧바로 배송이 시작됐다.

김씨는 “택배기사들은 하루 한 끼를 챙겨먹으면 운 좋은 날이다. 아무 것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정오 이후 이뤄진 배송 작업은 더욱 힘들었다. 물, 쌀, 고양이 모래 등은 무게도 많이 나갈뿐더러 5~6개씩 한 번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선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라가야 한다. 더위에 마스크까지 쓰고 뛰어다니려니 숨이 턱턱 막혔다. 

계단을 내려오면서는 “택배 문 앞에 뒀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휴대전화를 보며 계단을 내려가다 구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도 문제였다. 붐비는 시간을 최대한 피해서 가는데도 주민들은 “왜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느냐”며 시비를 걸기 일쑤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내뱉으며 아파트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김씨는 이렇게 오후 10시까지 일한다. 

그는 “뛰어다니지 않으면 퇴근시간이 밤 11시~12시까지 늦어져 뛸 수밖에 없다”며 “나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우리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라며 “몸이 부서져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장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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