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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받는데 나는 못 받으면 억울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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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받는데 나는 못 받으면 억울하잖아요
  • 김명수 기자
  • 승인 2020.06.14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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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받았다.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최초 사례인 만큼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주시를 모범사례로 언급했고, 전국 자치단체들도 앞 다퉈 도입을 추진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전주발' 재난기본소득을 시사상식으로 실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전국 최초’라는 허울뿐인 타이틀만 남았다.

공평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할 선정기준은 접수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고 갈팡질팡했으며 시민들의 불만은 행정에 대한 불신과 반발로 이어졌다. 

재난‘기본소득‘임에도 선별적 지원 탓에 시민들은 내 재산세를 찾아봤고, 건강보험료를 알아봤고, 수많은 제외대상자 중 내가 속해있는지를 공부했다. 

일선에선 과부하가 걸렸다.
높으신 분들은 아침부터 대기표까지 나눠주며 민원인들의 성난 얼굴을 마주해야 했던 주민센터의 아비규환을 알 리 없다.
밤낮휴일 없이 5만 시민에게 일일이 전화 걸며 오간 고성은 들릴 리 없다.

까다로운 심사에 저조한 지급률, 신청기한 연장까지 이어지자 전주시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약도 없는 최초병, 직원을 소돼지로 본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진통 끝에 전주시민의 6.1%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받았다.

같은 조건임에도 누군 받고, 누군 받지 못했다. 상담원 운이 없는 사람은 못 받았고, 그냥 서류를 밀어 넣어본 누군가는 받아갔다.

내가 내 가난함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수치스러운데 왜 쟤는 주고 나는 안주냔 말이다.
“신청안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으면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받은 사람은 불안하고, 못 받은 사람은 화가 난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긴급지원이 또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최초’라는 낯 뜨거운 자화자찬 보다 겸허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재원 분배의 공정함이라는 기본소득의 보편적 가치를 되새겨야 할 때다. 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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